6년 만에 최대 낙폭…끝이 안 보이는 수출 부진

입력 2015-11-03 01:00:05

사진 =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환율 변동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베트남
사진 =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환율 변동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베트남'멕시코 등 '10대 기회 국가'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한편 수출을 이끌 새로운 제품 개발도 시급한 실정이다. 매일신문 DB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수출 문제가 이제는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전 분기보다 1.9%포인트(p) 올랐지만 수출은 0.7%p 후퇴했다. GDP를 수출이 갉아먹고 있는 모양새이다. 수출 모델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 후에도 장담 못 하는 수출

국내의 최근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 교역규모가 쪼그라들고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다른 국가들 역시 수출 급감에 따른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타더라도 과거 분위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은 연간 수출 규모를 5천700만달러까지 끌어올리며 한국을 무역 1조달러 국가에 올려놓은 13대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까지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9개의 수출이 줄었다. 이대로라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회복되고 유가가 다시 올라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매년 10% 성장했던 지난 10년과 같은 영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문제는 주력 수출품목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3대 주력 수출품목은 2006년 이후 10년째 그대로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 주력 수출품인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체하기는 이르고 화장품도 아직 주력 수출품이 되기에는 수출액이 적다.

엔화'유로화의 약세로 선진국 제품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중국은 우리와 기술격차를 1.4년까지 줄이며 턱밑까지 쫓아왔다. 수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혁신 제품이 없으면 기존 시장마저 후발주자들에게 내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신수출 시장 개척

올해 한국 수출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40%를 차지한다. 지난 2010년까지 30% 초반에 머물렀으나 제조업 공화국 중국의 부상에 주요 2개국(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전체 수출품의 40%가 미국과 중국에 쏠리다 보니 이들 지역 수출 성적에 따라 전체 수출액도 춤을 추고 있다. 중국 수출이 9.2% 줄고 미국 수출도 4.8% 감소했던 올 8월 한국의 전체 수출은 15.1% 감소했다. 10월에는 전체 수출액이 15.8%나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20.9%)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그런데도 수출을 지탱하는 G2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1.4년에 불과할 정도로 쫓아왔고 미국도 소비재로 수요의 중심이 옮겨지면서 내구재를 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10대 기회 국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트남과 멕시코'사우디아라비아'체코'모로코 등 10개 국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며 소득이 높아지고 있다.

대베트남 수출은 올해 9월까지 29.8%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대기업의 부품소재 수출 증가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KOTRA 측은 "베트남의 GDP는 매년 5% 이상 성장하며 소득도 높아지고 한국 소비재의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멕시코도 자동차 부품 수출 증가와 한국 유아용품 판매가 늘어나며 올해 대멕시코 수출은 13.7% 증가했다. 유럽 수출 총량은 줄었지만 스페인과 체코 수출은 각각 9.4%, 18.8% 늘었다. 스페인은 신제품 교체장려정책으로 가전제품의 소비가 늘고 있다. 체코에서는 한국 스마트폰 점유율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출도 변압기와 자동차 타이어 등의 수요가 늘어 지난해보다 23.6% 뛰었다.

◆구조조정 속도 내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정상 기업들도 선제 구조조정에 뛰어들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판이지만 우리는 인공호흡기를 떼면 생존이 버거운 기업조차 수술을 외면하고 있다.

올해 석유화학'철강'선박류 등 3개 품목의 수출 총액은 826억달러다. 지난해보다 33.1%(410억달러) 감소한 것이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년 전 22~23%대에서 2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당분간 저유가가 계속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해양 플랜트는 물론 선박 수주의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철강도 중국산이 국내시장의 40.9%(2014년 기준)를 잠식해 고사 위기다.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이번 3분기에 1조2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각종 구조조정안이 제기된 바 있다. 석유화학에서는 테레프탈산(TPA) 설비 통합 움직임이 있고 조선'해운에서는 부실업체의 위탁경영과 매각'합병설 등이 끊이지 않는다. 주력 품목에 변화를 가져오고 비용을 낮추는 등 대형화'전문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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