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잘 만나야 대학간다" 부모 눈높이 못 맞추니 학교 불신으로
대구 고교 현장을 찾아보면 변화하는 대학입시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교는 수시모집에 대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몇몇의 사례가 대구 고교 전체의 학력과 진학 실적이 엇박자를 타는 데 대해 면죄부를 받을 일은 아니다. 일부 고교는 열심히 하는데 그 노력을 몰라 줘서 답답하다고들 한다. 정말 열심히 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노력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입을 빌려 학력에 비해 진학 실적이 처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봤다.
◆"학교가 움직이지 않는다" 학부모들 불만 폭증
"담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어떤 신입생 학부모는 "아이가 입학해서 1학기 동안 한 번도 담임을 만난 적이 없었다. 반면 어떤 담임은 그 사이 2, 3번씩 면담을 거친 반도 있더라"고 했다. 또 "창체 시간에 1, 2학년을 대상으로 교내 글쓰기 대회가 있었다. 우리 반 아이의 담임은 청소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글짓기를 하라고 했다. 전체 50분 중에서 겨우 절반의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하니 어떻게 되겠나. 교내 상 하나도 아쉬운 마당에 교사가 너무 무성의하다. 아이를 통해 그 말을 들으니 정말 화가 나더라"고 했다.
학교라는 벽이 높고, 학교가 알려주는 진학 정보도 많이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 상담신청 받는다고 해서 연락하니, 보충수업'자율학습 끝나고 나서 밤 10시 이후 가능하다고 하더라. 퇴근을 앞둔 그 시간에 과연 선생님이 얼마나 성의 있게 상담을 진행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가 너무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학기를 마치고 학생부의 세부능력특기사항을 기재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과목 선생님이 '왜 1학년이 벌써 이런 걸 신경쓰느냐'고 핀잔을 받았다"고 했다. 공대 지망 학생이 읽을 과학도서를 추천해달라니깐 "아무거나 읽어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한 자사고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1학년 성적을 보고 이미 진로를 정한다. 내신이 괜찮은 학생들에겐 비교과 준비를 어떻게 하라는 등 조언을 해주는데, 성적이 나쁘면 교사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수능만 잘보면 120% 좋은 대학 간다며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표를 보고는 정시로 유도한다" 부모도 아이의 성적에 자격지심이 생겨 수시 대비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비교과 영역에 대비하는 명확한 정보가 없어 "시간이 갈수록 수시를 포기한다"고 푸념한다.
또 "서울대 못 가는 학생에게 상 줘서 뭐하나" 또는 "특정 학생에게 상을 몰아준다"는 학교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교내 경시대회는 응시한 학생 점수가 공개되어 수상이 명확하지만, '글쓰기' 등 주관적으로 채점하는 과목은 특정 학생에게 몰아준다는 소리가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다.
◆"민망한 부분 적지 않다" 일부 교사들의 자성
교육계 일각에선 대구가 현재의 진학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선전'이라고 말한다. 교육은 물론 사회 각 방면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 교육열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학교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 중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교사는 지난 대입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대입 대비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만 집계하고 무슨 전형으로, 어떤 노력을 한 끝에 합격했는지 자세히 분석해 전파하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으니 정시모집에 맞춰 만든 배치기준표만 보고 수시모집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합격률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 고교 교장 중 수시모집 체제를 제대로 겪어본 사람이 없어 수능시험 성적을 올리라고만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B교사는 입으로만 떠드는 교사들이 분위기를 더 흐리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스스로 어떤 노력을 더 했는지 돌아보진 않은 채 '입학 자원이 좋지 않아서' 결과가 좋지 않을 뿐이라고 핑계부터 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는 교사들도 문제라고 했다. B교사는 "승진도 포기해버린 이들 교사는 '장포감'(교장이 포기한 교감), '감포사'(교감이 포기한 교사)로도 불리는데 열의가 부족하고 업무에도 관심이 없으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교사들에게도 부담을 주는 존재"라고 지적했다.
C교사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입시 관련 일을 피하는 교사들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서울대 수시모집에 초점을 맞추라면 이들이 정색하겠지만 이 말이 자신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 말은 사실 학교 교육과정을 수능시험 위주로 운영할 게 아니라 학생의 흥미, 적성, 진로에 맞춰 다양화하고 독서 교육을 활성화하라는 이야기"라며 "이게 곧 학교 교육 개혁이고,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행복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립고 교사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립고에 비해 공립고의 학력 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것이 이유다. D교사는 공립고 가운데 교사들이 '잠시 쉬기 위해 온 학교'가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그는 "그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 지 생각을 해보고 떠드는 건지 모르겠다"며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명예퇴직을 하고 푹 쉬는 게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교직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좋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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