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최상위권 대구 고교, 인천의 2배…서울대 합격자 수는 '비슷'
'학력은 좋은데 진학 실적은?'
대학입시의 흐름은 정시모집에서 수시모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능시험 위주인 정시모집 관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 고교 상당수는 아직 정시모집에 목을 매는 게 현실이다. 각종 비교과 활동과 독서활동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하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시모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구 고교의 학력, 즉 수능시험 성적은 좋지만 진학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인천의 수능시험 성적, 서울대 입시 결과를 대구와 비교해 대구 고교 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대구 고교, 인천보다 학력은 좋은데 진학 실적은 기대 이하
대구 고교의 학력은 뛰어나지만 진학 실적은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그 같은 비판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인천과 대구 고교를 두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비율과 서울대 진학 실적을 비교, 분석해봤다.
이번 분석의 바탕이 된 수능시험 성적과 서울대 진학 실적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재옥 의원(새누리당)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서울대로부터 받은 것이다. 수능시험 성적 경우 국어 A'B형, 수학 A'B형, 영어 등 5개 과목에 걸쳐 최상위권인 1, 2등급 비율을 비교했고 서울대 합격자 자료는 올해 2월 12일 등록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다.
이번 분석 결과 최상위권 학생 비율은 대구 고교가 인천의 경우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수능시험 국어 A형의 1, 2등급 비율이 20%를 웃도는 곳은 7개 고교뿐인 반면 대구는 13개 고교였다. 이 기준을 10%로 낮춰 잡아도 결과는 비슷했다. 인천은 28개 고교에 그치지만 대구는 42개 고교나 됐다.
다른 과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영어 경우 그 격차가 두드러졌다. 수능시험 성적 1, 2등급 비율이 20%를 웃도는 고교는 대구 경우 14개 교이지만 인천은 4개 고교에 불과했다. 그 비율을 10%로 낮춰 비교했을 때도 대구는 32개 고교가 기준을 넘은 데 반해 인천은 해당 기준을 웃도는 곳이 14개 고교에 그쳤다.
이처럼 대구 고교의 학력이 인천보다 훨씬 좋지만 서울대 진학 실적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서울대의 수시모집 비중이 80%에 이르는 가운데 대구 고교들과 달리 인천 고교들은 수시모집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 성적 1, 2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 교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비교해 보면 그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인천 경우 국어 A형에서 1, 2등급 비율을 기준으로 한 상위 20개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는 총 75명이었고 이 중 84%인 63명이 수시모집에서 합격했다. 대구는 이들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 수가 107명이었고, 이 중 68.22%인 73명이 수시모집 합격자였다. 다만 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를 제외하면 합격자 총 숫자는 86명으로 줄고, 이 중 수시모집 합격자 비율도 60.47%인 52명으로 떨어졌다. 인천은 대구와 달리 아직 영재학교 출신 수험생이 없다.
영어 영역을 비교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1, 2등급 비율이 상위 20위 안에 드는 인천 고교들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모두 71명이었고, 이 중 수시모집 합격자는 80.28%인 57명이었다. 반면 대구(대구과학고 제외) 경우 해당 고교들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총 88명이었고, 이 가운데 61.36%인 54명만 수시모집에서 합격했다.
◆수시 대비 부족하니 진학 실적이 좋을 수 있나
대구는 전반적으로 교육열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도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매년 수능시험 결과가 나오면 대구 고교들의 성적이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문제는 수능시험 성적으로 대표되는 대구 고교의 학력 부문 경쟁력이 진학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천과 대구 고교를 두고 최상위권 학생들(수능시험 성적 1, 2등급)의 비율과 서울대 진학 실적만 비교, 분석해 봐도 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부에선 서울대 실적을 언급하는 게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서울대 진학 실적을 따지는 것은 이곳이 단순히 최상위 대학이어서가 아니고, 이곳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여서도 아니다. 서울대는 전체 모집 정원의 80% 정도를 수시모집에서 충원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이 힘을 모아 만들고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김기영 연구실장은 "서울대는 수시모집 과정에서 수능시험 성적이나 몇몇 개인의 능력보다 학교 교육 시스템을 눈여겨본다"며 "이 같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챙겼을 때 합격자 수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서울대 수시모집 실적은 전체 대학입시에서 학교 경쟁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대구 고교들이 학력에 비해 서울대 진학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은 변화하는 대학입시 흐름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학입시 제도를 살펴보면 예전처럼 수능시험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학입시의 무게 중심은 이미 수능시험 중심인 정시모집이 아니라 다양한 전형 요소로 합격자를 가리는 수시모집으로 옮겨갔는데 대구 고교들은 여전히 '좁은 문'인 정시모집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수시모집을 준비하려면 학생부 기록,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논술과 면접 준비 등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힘들다"며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곳이 적어 교사들도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 수시모집보다 수능시험 위주인 정시모집에 치중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달서구 한 고교 교사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강조하는 교사들이 있긴 하지만 이 활동 과정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면서 학생부에 제대로 녹여내지 않으니 대학입시는 고사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못 되는 것"이라며 "구슬이 서 말이지만 꿰지도 못하는 데 무슨 보배가 되겠느냐"고 했다.
※ 2015 수능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비교자료 (아래 자료를 항목별로 클릭하시면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 2015 수능 국어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국어 A형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국어 B형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수학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수학 A형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수학 B형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영어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 2015 수능 영어영역 1,2등급 비율로 본 대구와 인천 고교 상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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