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격려는 자신의 심장을 나누는 것

입력 2015-10-31 01:00:09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의 계절이 돌아왔다. 세월은 변하고 사람과 시대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처진 어깨와 불안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라나며 인생의 첫 고비요, 큰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것이다. 며칠 전 지나가는 고3 수험생에게 어깨를 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힘들지?"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일상적인 말을 던진 적이 있다. 그런데 의외로 밝은 그 아이의 표정에 내가 오히려 더 놀란 적이 있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물론 필자도 다른 사람의 격려가 필요한 사람이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링컨은 평소에 늘 주머니에 세 가지 물건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손수건 한 장과 시골 소녀가 보내준 작은 휴대용 칼, 그리고 색이 바랜 신문 조각이었다. 시골 소녀가 준 격려의 작은 칼과, 무명의 아주머니가 자신을 격려하며 이름을 수놓은 초라한 손수건은 링컨이 정치적으로 힘들 때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특별히 신문에 실린 영국의 정치가요 연설가인 존 브라이트(1811~1889)의 연설문은 얼마나 자주 보았던지 신문이 닳고 닳아서 너덜너덜할 정도였다. 신문의 내용은 링컨의 정치활동을 칭찬하고 격려한 내용들이었다. 링컨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존 브라이트의 연설문은 온갖 비난과 어려움을 이기게 해 준 위대한 낡은 신문조각이었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울 때 격려의 메시지나 의미 있는 물건은 평생 간직한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따뜻한 격려를 준 사람은 전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필자에게도 미국 유학 시절 정말 처량하고 힘들 때 받은 지인의 경험과 격려가 담긴 편지 한 통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은 기억이 있다. 나의 작은 격려 한마디가 때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한 한 사람을 일으키고 살리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을 더 절망으로 몰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중에는 사소하여 기억도 나지 않는 나의 격려 한마디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각인되는 문신과 같이 박히기도 한다.

존 맥스웰의 '인재경영의 법칙'이란 책에서 "인간의 마음은 워낙 섬세하고 예민해서 겉으로 드러나게 격려해 주어야 지쳐서 비틀거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격려는 주저앉았던 사람, 고통과 삶의 무게감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일어서게 하고, 놓아버렸던 희망을 다시 붙잡게 한다.

'격려'(encouragement)라는 말은 라틴어 '심장'이란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말 그대로 격려는 자신의 따뜻한 심장을 나누어 식어버린 다른 사람의 심장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도 많은 비판과 정죄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론 코미디 소재가 되고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들을 비롯해 수능 수험생들, 청년 실업자들,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농부들, 오는 겨울의 길목에서 겨울나기를 걱정하는 가난한 분들에 이르기까지 격려가 필요한 분들이 참으로 많다.

그리고 의외로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두 단어가 있는데 'Now and Here'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요, 지금 함께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장소는 여기라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나와 함께하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며 가장 많이 격려해야 할 대상이다.

사람의 말과 행동은 습관이 된다. 우리는 너무 비판과 정죄에 습관화되지는 않았는지….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자신의 따뜻한 심장을 나누는 격려의 버릇과 습관이 들면 좋겠다. 오늘은 나의 따뜻한 심장을 누구에게 나누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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