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고기"…알고보니 작살로 포획

입력 2015-10-30 02:00:05

밍크고래 24마리 생목숨 잃어…선주·선장·브로커 등 44명 검거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이 29일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작살과 갈고리 등 포획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이 29일 밍크고래 불법 포획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작살과 갈고리 등 포획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동해안에서 20마리가 넘는 밍크고래를 포획해 시중에 유통시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선주, 도매상, 운반책 등 47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고래 불법 포획 혐의로 붙잡힌 인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포획이 금지된 밍크고래를 잡아 고래고기 전문식당에 팔아넘긴 혐의로 선주'선장'브로커 등 10명을 29일 구속하고 도매상 등 34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3명을 찾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포항과 울산에서 연안자망(걸그물) 어선 5척을 운용해 온 선주 박모(57) 씨 등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동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24마리(경찰 추산 시가 19억여원 상당)를 잡아 부산, 울산 등에 있는 고래고기 전문식당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붙잡힌 이들은 포획 담당 29명, 운반책 8명, 알선브로커 2명, 도매상 8명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잡힌 밍크고래는 마리당 평균 도매가 2천만원에 도매상으로 넘어갔고, 식당으로 갈 때는 소매가 4천만원에, 식당에서 손님에게 팔 때는 8천만원에 거래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경 검문소가 없거나 주민 감시가 소홀한 작은 항구를 거점으로 삼았다.

이들은 주로 낮 시간대에 정상적 조업을 가장해 출항, 밍크고래를 잡자마자 부위별로 해체해 마리당 자루 40∼50개에 나눠 담은 뒤 부표에 달아 육지에서 약 40㎞ 떨어진 곳에 놓아둔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고래를 잡아서 해체하는 데는 4∼5시간이 걸렸다. 해체돼 항구로 이송된 고래는 밤시간을 이용해 대포차량으로 이송했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상업적으로 고래를 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히는 혼획은 허용하고 있다.

이승목 경북경찰청 광역수사 대장은 "고래 불법 포획과 관련해 검거한 인원은 지금까지 전국 최대 규모"라며 "그동안 일회성 단속에 그쳤으나 이번에는 끈질긴 수사로 포획에서 유통단계까지 분업적이고 점조직화되어 있는 실체를 규명, 밍크고래 불법 포획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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