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 '만추'…낙엽처럼 처연한 사랑
가을은 감성이 풍부해지는 계절이다. 영화는 그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가을과 영화는 좋은 궁합이다. 스크린의 가을은 역시 멜로 영화가 대세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멜로 영화는 외양상으로는 가녀리게 보이지만 웬만한 블록버스터보다 여운이 더 크다. 이번 주말 가을 냄새가 듬뿍 담긴 멜로 영화 속으로 떠나는 건 어떨까.
◆뉴욕의 가을(2000년 작, 조안 첸 감독, 리처드 기어'위노나 라이더 주연)
하루가 멀다 하고 상대를 갈아치우는 중년의 플레이보이(리처드 기어)가 시한부 삶을 사는 20대 초반의 순수한 여인(위노나 라이더)을 만나 사랑에 빠져든다. 지금까지 알던 여성과는 달리 진실한 영혼을 간직한 그녀는 앞으로 살 날이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인은 마치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가을이 되자 분주해진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듯 인생도 저물어간다. 마지막 진한 사랑을 하면서….이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왠지 감성에 빠지기 쉬운 가을에 볼만한 영화다. 예전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추억을 되돌리고 싶거나, 현재 힘들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면 감상하기 좋은 영화다.
◆만추(2011년 작, 김태용 감독, 탕웨이'현빈 주연)
늦을 만(晩), 가을 추(秋). 풍진세상을 겪고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 낙엽처럼 처연한 영화가 바로 김태용 감독의 '만추'이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만추'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뛰어난 멜로 영화로 평가받는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만추'는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함께하는 3일간의 여정에서 짧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고요하게 응시한다. 짧지만 불꽃 같고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격정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대신 여백, 침묵, 안개로 자욱한 공간의 감성과 현빈, 탕웨이 두 배우의 눈빛과 표정을 음미하다 보면 가을에 맞닿아 있는 영화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영화는 고 이만희 감독의 동명 영화(1966년)를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화양연화(2000년 작, 왕가위 감독, 양조위'장만옥 주연)=가슴속이 아련해지는 사람이 있다. 분명 그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미끄러진 사랑일수록 상대가 애틋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회한이라고 한다.
영화 '화양연화'는 헤어짐의 영화이다. 영화는 자신의 아내 그리고 남편과 바람을 피운 자들의 배우자들이 만나 급기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다. 그래서 두 주인공은 사랑하지만 결국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다. 대신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연인은 번뇌하고 아픔을 삭이고 헤어진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때'를 뜻하는 영화 제목이 두 남녀에게는 '가장 불행한 때'가 될 수도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심지어 영화는 말이 거의 없다. 조용하다는 뜻이 아니다. 적나라함이 없다는 뜻이다. 두 남녀는 어차피 헤어질 것을 알기에 마음을 여미고 또 여민다.
◆가을의 전설(1995년 작, 에드워드 즈윅 감독, 브래드 피트'안소니 홉킨스 주연)=가을은 상실의 계절이다. 탄생의 계절인 봄, 생육하고 번성하는 여름을 거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회한과 다시는 올 수 없을 것 같은 미련이 어우러진 정서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형제의 불행한 사랑만큼 슬픈 것이 또 있을까. 영화 '가을의 전설'은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과 몰락을 그린 대서사시이다. 1880년대부터 1세기에 걸친 연대기를 광활한 대지와 세계대전이란 격동 속에 녹여 넣은 작품이다. 원제에서 'Fall'은 추락을 뜻한다.
'몰락의 전설'이 맞겠지만, 가을 분위기에 맞는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으로 인해 오역인 '가을의 전설'이 더 어울리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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