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가장 중요한 인성환경

입력 2015-10-27 01:00:09

미용실에서 목격한 일이다. 스무 살 남짓한 아가씨가 많은 사람 앞에서 약속한 시간에 늦은 어머니를 나무라는 장면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어머니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데 딸과 만나기 전에 손님에게 보여주기로 한 매물을 안내하는 과정이 좀 길어져 딸과 한 약속시간에 이삼십 분 정도 늦은 것이었다. 그것에 흥분한 딸은 어머니가 들어서기 무섭게 눈을 흘기며 막냇동생 나무라듯이 소리를 지르고는 밀치고 나가버렸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어머니의 태도였다. 그 어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사정하는 말투로 '무조건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하며 쩔쩔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화도 나고 기가 막혔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버릇없고 철없는 행동을 해대는 딸보다 어머니에게 더욱 화가 치밀었다.

지난 7월 2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 외부특강으로 학교현장의 많은 학생과 함께하면서, 현장의 교사들과 대화하면서 든 나의 생각은 인성교육을 학교 현장에만 책임 지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내놓은 인성평가 항목은 자기존중, 성실, 배려, 소통, 책임, 예의, 자기조절, 정직, 용기, 지혜, 정의, 시민성 등이다. 이러한 덕목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하겠다는 말인가? 인성은 갑자기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 속에서, 시간 속에서, 관계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기르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첫 번째 교사이자 평생의 교사인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타인에게 예의와 존중을 갖춘, 스스로 진실하고 정직하며 자신을 믿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을 분별할 줄 알고 용감하게 실천하여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은 바로 부모의 가치관과 태도에 달려있다. 언젠가 젊은 엄마가 '도대체 엄마가 철인도 도인도 아니고, 엄마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짐을 지우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 내심 이해도 되었다. 하지만 젊은 엄마들이여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자기 자식이 예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인정하는 자식이 아니라 남이 인정해 줄 수 있는 자식으로 키워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조금은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식이 부모 알기를 우습게 아는 버릇없는 행동은 모든 것을 수용하기만 한 부모의 잘못된 선택임이 틀림없다.

인문학이 무엇이던가? 너와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힘을 키우는 것, 그리하여 자기만의 철학을 찾고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누는 힘! 그것을 키우는 것이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일 것이다. 일상 모두가 인문학의 영역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이 교사라면, 일상을 함께하는 가장 중요한 인성환경은 부모이다.

세종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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