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젊은 노인

입력 2015-10-23 01:00:09

늙을 '노(老)' 자는 중국 갑골문에 나오는 '지팡이를 짚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글씨로 옮긴 것이다. 그러니 옛사람들은 '노인'이라 하면 '혼자 힘으로 걷지 못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다녀야 하는 늙은이'로 여겼다고 보면 된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지나지 않았다. 호의호식했을 법한 27명의 임금이라야 평균 47.1년을 살았다. 그중 최장수 임금 기록을 가진 영조대왕이 고작 83년을 살았을 뿐이다. 그마저도 말년에는 심한 치매에 시달렸다.

이런 시절이었으니 환갑까지 사는 노인은 드물었다. 회갑연은 마을의 큰 잔치였다. 만 60세를 훌쩍 넘겨 65세까지 살게 되면 노인 중에서도 상노인 대접을 받았다.

세월이 변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81.8세를 넘겼다. 여자는 평균 85.1세, 남자는 평균 78.5세를 산다. 세계에서 11번째 가는 장수국이다. 이 땅에 태어나면 평균적으로 조선시대 500년을 통틀어 가장 장수한 임금만큼은 사는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 중 1만3천 명이 100세를 넘는 노인이다. 100세인은 앞으로 가파르게 늘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만 65세를 넘게 되면 법적으로 노인이 된다. 법은 그렇게 정해 두었지만 이에 해당하는 노인들부터 생각이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노인 1천451명을 상대로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64세 이하'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은 3.7%였다. '65~69세'라는 노인도 18.0%에 그쳤다. '70세 이상'이라고 답한 노인이 78.3%나 됐다. '80세 이상'이라고 답한 노인도 15.3%였다. 나이 든 사람들은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지 않는다. 이러니 나이 65세에 경로당에 갔다가는 '애' 취급을 받으며 잔심부름이나 해야 한다는 소리가 우스개만은 아니다.

OECD는 66~75세를 젊은 노년으로 본다. 유엔에선 80세부터 노인, 66~79세는 중년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 문제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실제로 65세에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하는 노인'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당장 70세로 조정하자니 100만 명에 달하는 현재의 노인들이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체적으로는 중년인데, 경제적으로는 노인인 연령층, 이 문제를 푸는 데 국가 미래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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