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재의 힐링토크] 맨발로 달리고 또 달린다…유쾌한 괴짜 기업인 조웅래 씨

입력 2015-10-19 01:00:06

라벨 떼면 구분되지 않는, 녹색병 같은 인생 살지 말라

조웅래 회장은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들어 걷기대회, 달리기대회를 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조웅래 회장은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들어 걷기대회, 달리기대회를 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기자들이 뽑은 괴짜 기업인 1위 조웅래(56) 맥키스 컴퍼니 회장. 그는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정전자와 LG전자에 입사했으나 그만뒀다. 소모품이기 싫어서였다. 서른세 살에 2천만원을 들고 휴대전화 벨소리 컬러링 서비스업체 ㈜5425를 창업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이후 연고도 없는 대전의 한 소주회사를 인수하자 모두들 '미쳤다'고 했다. 소주와 전혀 관계없는 황톳길을 만들어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대회를 열더니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30%대에 머무르던 소주회사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조 회장은 계족산 황톳길 관리에 연 6억원을 쓰고, 그 길 위의 사람들을 위해 '맥키스 오페라단'까지 조직해 매주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 인사동에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한 4D 콘텐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대전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괴짜 기업인이라는 별명, 어떻게 생각하나.

▶싫지 않다. 전혀 엉뚱한 조합의 일을 계속 벌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얻은 것 같다. 노래나 소주나 체험관 모두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나는 꾸준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을 하고 있다.

-성공의 연속인 것 같다. 실패는 없었는가.

▶당연히 실패도 했다. 최근에 있었던 실패는 2005년도에 미국의 한 액세서리 회사를 인수한 것이었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판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70억원을 포기했다. 6개월 만에 엄청난 돈을 날렸다. 이 하나를 버리자 2006년에 계족산 황톳길이 눈에 들어왔다. 버려야 채워지는 것이더라.

-성공을 위해서는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버릴 때는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마라톤을 계속하는 이유도 몸과 마음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성공의 첫째 비결을 꼽는다면.

▶긍정적인 마인드다. 인생은 길 위에서 '한 판' 놀다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서 잘 놀 수도 있고, 못 놀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엉뚱한 길을 갈 수 있다. 다만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는 긍정의 믿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아테네 병사가 마라톤평원이 몇 킬로인지 정확히 알았다면 그는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삶이라는 드넓은 평원을 가로지르는 힘은 완벽한 시뮬레이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툴러도 힘차게 한 걸음 내딛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고 하지 마라는 것처럼 들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인생에 정해진 속도, 정해진 방향, 정해진 코스와 프로그램이 있다고 강박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기출문제를 풀어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는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은 머리로 뛰는 게 아니라 발로 뛰는 것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미래는 저절로 열리게 마련이다.

-'감'이 아주 발달한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촉'이라고 이야기한다. 촉은 남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서 나온다. 계족산에 황토를 깔 생각을 한 것도 뾰족한 구두를 신고 온 지인이 걷기 힘들어하자 내 신발을 벗어주고 맨발로 걸었더니 그날 몸이 아주 가뿐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맨발로 걷는 계족산 황톳길을 만든 것이다.

-촉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촉은 현장에서 나온다. 책상에 앉아서는 촉이 살아나지 않는다. 4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나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방목형으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자유분방했다. 학사경고는 물론 가출도 해봤고 술 담배도 일찍 배웠다. 현장에 익숙한 환경으로 자란 것이다. 현장에 있어야 문제가 보이고 현장을 봐야 아이디어가 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스펙 쌓기에 열심이다.

▶10년 전부터 강의를 할 때마다 스펙은 소용없다고 외쳤다. 요즈음 대학 나온 사람들은 시키는 것 외에는 못한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대부분 그렇다는 이야기다. 시대는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가.

▶모든 엄마는 아이들이 스티브 잡스가 되기를 꿈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똑같은 틀에 가두어 키운다. 진정으로 스티브 잡스를 만들고 싶다면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에 노출시켜 줘야 한다. 또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실천이 어렵다.

▶세 가지 키워드를 간직하면 된다. 아이들을 기다려 줘야 한다. 천천히 인내를 갖고 무지개처럼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두 번째는 관찰하기다. 내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성 키우기다. 감성을 키워야만 경쟁력 있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입사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을 버렸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대기업에서는 '나'라는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소모품에 불과했다. 그곳을 나와 중소기업에 들어갔더니 내 숨소리까지 그대로 들렸다. 한마디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감을 키워갈 수 있었다.

-배짱이 두둑해 보인다.

▶자유롭게 자라왔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고 잘될 거라는 긍정의 힘을 키웠다. 원래 나는 가난했다. 안돼 봐야 가난하기밖에 더 하겠는가. 지금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돈에 구속 되지 않는다. 더 벌어야 한다거나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게 없다. 아직도 비행기의 비즈니스 칸을 타지 않는다. 부를 누린다는 개념이 없다.

-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150억원을 투자해 서울 인사동에 '명화 가상 체험실'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면 볼 수 있다. 이것도 소주회사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황톳길을 걸으며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매주 열리는 음악회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는 평면보다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업 계획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생겨난 아이디어들이다.

-가상현실체험을 쉽게 설명한다면.

▶세계적인 명화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면 그 풍경 속으로 시간과 공간이동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림 속의 그곳에 들어가서 밤의 분위기와 풍경을 직접 체험하고 느껴 보는 것이다. 재미있지 않겠나?

-이직률 제로인 기업으로 들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상생공존 경영이다. 이 또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작은 기업일수록 혼을 쏟아서 설득하고 전달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면 서로 공감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상생공존 경영이다. 우리 회사 직원의 이직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돈을 많이 주어서가 아니라 직원 스스로가 직장이 즐겁고 가족에게 떳떳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 모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좋은 회사고 떠나기 싫은 회사다.

-당신의 회사 가치는 '에코힐링'이다. 소주회사로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건강에 나쁜 술을 팔면서 건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낯설어 보일 수 있다. 2006년 아무도 힐링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나는 여기에 꽂혔다. 황톳길에 연간 수억을 퍼부으면서도 우리 회사 소주를 알리는 큰 광고판 하나 없다. 그냥 그 길에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면 된다. 황톳길을 얄팍한 상술로 의심하던 이들도 진정성을 믿게 됐다.

-힐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편안함과 평정심이다. 회사에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던 직원도 맨발로 걸으면서 생각하면 용서가 된다. 평정심을 찾은 것이다. 맨발로 걷는 이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 어깨가 아주 편안해 보인다.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버리고 평정심을 찾는 것이 힐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일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우기 위함이다. 매일 아침 계족산 숲길을 걷고 달리면서 처음에는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그다음엔 하루 일을 구상한다. 달리면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힐링이 된다. 우리 회사 직원은 입사할 때 달리기에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하하.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무엇을 가장 강조하나.

▶'one of them'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라벨을 떼면 구분이 되지 않는 녹색병 같은 인생을 살지 말라고 권한다. 대체 가능한 삶이 아닌 'only one'이 되길 바란다. 그다음이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미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어느 한 가지에 미친 듯이 빠져들면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까지 볼 수 있다. 디테일에 강해진다. 나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며 살고 싶다.

-당신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웅래답게' 살아갈 궁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남과 비교하며 살지 않았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갔다.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으나 길을 만드니 사람들이 따라왔다. 나답게 살기를 권한다. 남과 비교하면서 사니까 지치고 힘들다.

-앞으로 계획은,

▶계획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미리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열심히 오늘을 살다 보면 내일이 열릴 것이란 믿음을 갖고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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