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 문화를 입히다]<8>도심 상권 활성화 이끄는 도시재생사업

입력 2015-10-19 01:00:06

300m 골목길 신세동 벽화마을 "관광객 몰려오니 살맛나요"

안동시는 도시재생이 도심 상권 활성화와 도심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동 벽화마을.
안동시는 도시재생이 도심 상권 활성화와 도심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동 벽화마을.
벽화마을 입구
벽화마을 입구
신세동 벽화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련한
신세동 벽화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련한 '그림愛 장터 및 벽화그림대회'
성진골 주진도 이장의 짚풀공예 공방
성진골 주진도 이장의 짚풀공예 공방

사람들이 떠났던 빈자리에 또 다른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도심 한 곳의 비탈진 길만큼이나 질곡 많고 희망까지 잃었던 사람들의 삶이 매일매일 환한 웃음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살고 싶어 돌아오는 사람들, 보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 쉬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로 매일매일 북적거린다.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들 삶의 공간을 다듬고 만들어 간다. 그들은 지역 문화와 자신들의 문화를 삶의 터전에 고스란히 입힌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역사가 되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

1천만 관광도시를 꿈꾸는 안동이 본격적인 신도청시대를 앞두고 옛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고, 인구와 경제 유출을 막기 위한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재생사업은 새로운 마을공동체 문화를 입히고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주는 등 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는 중이다.

도시재생이 도심 상권 활성화와 도심 관광 활성화를 이끄는 대안 사업이 되고 있다.

◆주민 주도 프리마켓, '소득 창출'관광객 증가'

지난 10일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공용주차장과 비탈 골목길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은 사단법인 '지역사회적 경제허브센터'에서 주최하고, 신세동 벽화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련한 '그림愛(애)장터 및 벽화그림대회'가 열린 날이다.

이날 장터는 안동시 시민창안대회에서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돼 지원받은 사업비로 마련한 것. '프리마켓'이라는 새로운 관광개념을 도입해 관광두레공동체 느루달과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홍보, 판매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던 행사였다.

이날 장터에서 주민들은 어묵과 부침, 묵과 비빔밥 등 먹거리와 마을 입구 텃밭에서 주민들이 가꾼 채소 등을 '할매네 점빵'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다. 또,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공방이나 수공예 관광기념품 등을 만들어내는 15개 팀이 참여해 관광객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상품들을 판매하기도 했다.

장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판매자는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에 기부, 장터는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마련된다.

특히 신세동 벽화마을 내 벽화와 조형물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벽화 그리기 대회, 부대 행사로 두루협동조합이 준비한 '달그락 음악회'가 진행돼 청명한 가을날 가족, 지인들과 함께 신명 나는 장터도 구경하고 해 질 녘 음악회까지 감상했다.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이날 행사가 열리는 동안 이 마을 비탈 골목길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 등 삼삼오오 짝을 이룬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마을 꼭대기에서 안동 도심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조망하는 등 관광객 유입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동시 신세동 벽화마을은 2009년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돼 지금까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민 대다수가 노인들로 구성돼 특별한 마을 수입 창출과 주민소득 여건이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련된 이날 행사는 마을 공동사업을 통해 마을 주민뿐 아니라 지역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마을 주민의 소득을 창출하고 방문객과 소통함으로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불씨가 됐다.

김도선 안동시 도시재생팀장은 "비록 소규모 사업비이지만 필요 경비 등을 스스로 부담하기 어려운 주민들의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이번 장터는 그동안 도시재생 관련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을 바탕으로 이뤄온 주민들의 노력이 현실적인 사업으로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됐다. 진정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동시, 도시재생으로 도심관광 활성화 나서

지난 2013년 4월 '도시재생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면서 본격화된 도시재생사업은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 주거환경 악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역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삶의 공간을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올해 도시재생지역 선정을 추진 중인 안동시는 '역사문화 기반형 정신문화수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안동시의 역사문화형 도시재생 모델 추진은 역사문화'경제'사회 분야의 재생사업을 통한 '자생력', 주민이 공감'공유'공동 노력하고 실천하는 주민중심 도시재생을 통한 '공유'를 성공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역사와 문화유산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과 도시경쟁력 강화 ▷역사'문화자산 재조명을 통한 지역 정체성 회복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쾌적하고 안전한 정주환경 조성 ▷도시재생 주체로서 주민 역량 강화와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 역사문화형 도시재생의 선도 모델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동시는 경북도청이 올 하반기 옮겨오고 잇따라 경북경찰청과 경북도교육청 등 기관'단체들의 이전, 아파트와 주택'상가 건립 등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신도시 활성화에 대비, 옛 도심의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시장과 신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업 중심 재생', 중구동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중심 재생', 용상동 '주거 중심 재생' 등 3개 권역별 도시재생사업인 '역사문화 기반형 정신문화수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이 중 안동 도시재생의 중심은 중구동 일대 19만2천280㎡ 규모 지역이다. 이곳은 안동 삼태사묘와 고려 관아터인 웅부공원, 부신목 등 고려 역사'문화 자원이 남아있거나 문화공원과 한옥마을, 벽화마을, 안동영상미디어센터,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등이 있어 안동의 문화중심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하지만 태사로 주변 환경과 여건이 열악하고 문화의 거리나 음식의 거리가 주변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한계에 부딪혀 있는 데다, 열악한 성진골 거주 환경, 안동역사 이전에 따른 쇠퇴가 불 보듯 뻔한 등 지역적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이곳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 활성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 구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문화를 입히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안동시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경북도 중심지로 상징성을 회복하고, 창조 도시공간 조성으로 도심 상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주민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체제 구축을 통한 '역사'문화형 도시재생 선도모델'로 가꾼다는 각오다.

태사묘 인근에는 '태사로 특화거리'를 조성해 지역문화유산과 주요거리'골목길을 산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놋다리 테마거리'를 만들어 놋다리 조형물을 조성해 놋다리밟기의 상징성을 더하며, '쌈지공원' 3곳을 만들어 특화거리로 꾸민다.

또, 13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 옥정동 일대를 '한옥 특화단지'로 탈바꿈시킨다. 한옥 빈방을 개보수해 게스트 룸으로 꾸미고, 한옥 공'폐가를 리모델링해 주민들이 함께 공부하고 교육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한다. 이곳은 한옥 유스호스텔, 한옥 전시관, 역사관으로 변신한다.

주민들이 주도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촌 운영을 위해 사회적기업 형태의 '주민 운영회' 등 조직을 만들고 게스트 룸 관리'운영에 필요한 경비 지원을 극대화한다. 주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경제력을 이뤄나가게 된다.

◆중구동, 역사와 문화 활용한 관광형 도시재생 추진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한 '역사문화 중심 재생' 지역인 중구동 일대는 1990년대 이후 신시가지 조성과 아파트 개발,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 및 중앙선 복선전철화에 따른 안동역 이전 등으로 급속한 공동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곳은 고려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삼태사묘',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웅부공원'문화공원', 13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옥마을', 쇠퇴의 길에서 마을벽화 프로젝트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는 '성진골 벽화마을' 등이 있어 도시재생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안동시는 이 일대에 전해지는 고삼주(苦蔘酒), 차전놀이, 웅부공원 관아터 부신목(府神木) 등 고려 역사 현장과 문화를 활용해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고, 둘러볼 수 있는 관광형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마을'로 탈바꿈한 안동시 신세동 성진골에는 300여m의 골목길을 따라 산비탈 길을 올라가면 진달래와 자작나무를 그린 벽화가 있다. '복덩이 할머니' '멋쟁이 아저씨' '줄 타는 고양이' '오줌 누는 개' 등 마을 사람들을 그린 벽화와 우스꽝스러운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도심지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 최고 낙후지역이었다. 90여 채 남짓한 단독주택에 230여 명 남짓한 마을 주민들은 날품을 팔거나 희망근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이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활력이 넘치고 있다. 마을 곳곳의 공터와 공가를 활용해 주차장과 판매시설을 조성하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카페도 운영하는 등 마을이 바뀌고 있다.

성진골 주진도(70) 이장은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100여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40~50명이 찾는 안동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며 "주민들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는 이 마을에 창업 공방 육성촌을 조성해 주진도 이장의 짚풀공예를 확산시켜 소득으로 잇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진골 우물터를 정비하고, 한옥마을과 벽화마을을 잇는 연결 길을 개설해 관광 편의를 높일 생각이다.

안동시는 주민 주체형 사회'경제적 재생 계획의 하나로 주진도 이장이 가지고 있는 짚풀공예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짚풀공예 창조공방을 육성해 상품을 개발하고, 짚풀공예 강사 육성 아카데미 운영, 지역민과 공예인'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짚풀공예 산업화를 위한 창조공방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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