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1조' 문화재청 감정자료 있다

입력 2015-10-17 01:00:05

"국보·문화재 가격 평가 않아" 문화재청 주장 거짓으로 판명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가격을 1조원으로 산정한 적 없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국보나 문화재에 가격을 매기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당시, 문화재청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직접 상주본의 가격을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최근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1조원이라는 가격을 산정한 일이 없다"면서 "국가는 국보나 문화재에 가격을 산정하지 않는데 왜 그런 가격이 나왔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문화재청의 '훈민정음 해례본 압수 대상 문화재에 대한 평가 심의 결과'에 따르면 '가치를 따진다면 1조원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명시돼 있다. 상주본을 감정 평가한 적이 없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이 거짓인 셈이다.

지난 2011년 9월 배익기 씨의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절도 혐의를 수사 중이던 대구지검 상주지청은 문화재청에 상주본에 대한 감정 평가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2011년 9월 15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문화재위원과 관련 전문가 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감정 평가를 진행했다.

문화재청이 검찰에 보낸 '훈민정음 해례본 감정평가서'에는 '상주본은 본문 인쇄 상태가 양호하고 목판본으로 앞뒤에 낙장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간송본과 함께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무가지보로 한 번 멸실되면 다시 재생산할 수 없는 민족적 자산에 해당한다'면서 '자국의 문자와 관련된 세계 유일의 문화유산에 대한 금전적 판단은 부적절하나 굳이 가치를 따진다면 1조원 이상'이라고 명시했다.

또 참고란을 통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경제적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된 전례가 있고 창덕궁은 연간 3천97억원, 팔만대장경은 연간 3천79억원으로 평가된 사례를 볼 때 상주본은 창덕궁과 팔만대장경과 비교해 수십 배 이상의 무형적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감정평가서를 다음 날인 9월 16일 검찰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가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는 대답을 받았다.

또 다른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감정평가서를 만들어 검찰에 제출한 것은 맞다"면서도 "(1조원 이상이라는 감정 결과에 대해) 원칙적으로 감정평가를 할 때는 실물을 두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감정가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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