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 탁상행정, 농촌 주민 학생 두 번 울린다

입력 2015-10-16 01:00:05

울진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4개 중학교를 통폐합해 기숙형 공립중학교를 설립하려던 꿈이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교육부가 종전에는 없던 통폐합 기준을 멋대로 만든 탓이다. 통폐합에 대한 정부지원 방침을 믿고 통폐합으로 열악한 농촌 교육 환경을 바꿔 새 도약 기회로 삼으려던 주민을 농락한 셈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농촌지역 인구가 줄면서 학생수가 감소하자 통폐합을 유도하며 교육예산 특별지원을 약속했다. 울진의 경우 300억원 지원 약속을 믿고 주민들은 민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부터 평해읍 기성면 온정면의 평해중 평해여중 기성중 온정중 등 4개교 통폐합을 추진했다. 가칭 '울진남부중학교' 설립을 위해 추진위원회는 올 2월 주민투표로 중학교 후보지로 온정을 선정했다.

물론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과 후유증도 적잖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를 극복하고 교육부 결정과 지원을 기다렸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14일 중앙투자심사에서 중학교 신설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4개를 합한 신설학교 학생수가 91명에 지나지 않아 교육부 새 기준인 120명에 모자란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120명 기준은 당초에는 없었다.

온갖 어려움을 견딘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은 2013년 봉화의 4개 중학교 통폐합 때 학생수가 84명, 2014년 안동의 5개 학교(분교 포함) 통폐합 학생수도 81명에 그쳤다며 교육부 결정을 승복하지 않고 있다. 또 새 기준에 맞추려면 먼 거리 학교나 사실상 통폐합이 불가능한 학교를 끌어들여야 하나 학교 간 거리가 먼 농촌 학교의 등하교 등 또 다른 난제가 숱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준은 급조한 성격이 짙다. 농촌 사정은 감안조차 않고 탁상에서 이뤄진 졸속 교육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종전과 비교해 납득조차 어렵다. 정부가 하는 일이니 농촌은 그대로 따르라는 횡포와 다름없다. 이번 결정은 교육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농촌 주민과 학생에 대한 교육 복지의 차별이다. 그 차별에 교육부가 앞장서는 꼴이며 가뜩이나 열악한 농촌 교육 환경에 서러운 주민과 학생을 두 번 울리는 처사다. 교육부는 당초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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