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참여마당] 수필-악수하고 정 나누고

입력 2015-10-15 02:00:01

#악수하고 정 나누고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 옛 황금아파트 북쪽 산기슭에 자리한 대구시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들의 취미생활 터전이다. 거기에는 여러 부서가 있어서, 회원들은 각자의 취미에 따라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점심식사 인원이 300명 선이라고 하니 꽤나 많은 식구들이다.

그중에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소속된 서예실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서예실은 지원자가 많아 회원이 되는 것도 경쟁이 심하여 1, 2반으로 나누고 또 오전, 오후로 나뉘어 있으니 전체 인원은 100명 선이 되나 보다.

아침 8시에 정문이 열리면 서예실과 탁구실이 열리고, 그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들기도 하고 나기도 하며 분주해진다. 서예실 2반은 화, 목, 토요일, 1반은 월, 수, 금요일에 이용한다.

서예실 회원들은 아침에 만나면 서로 악수를 하면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건강하시지요, 반갑습니다 등으로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손을 잡은 두 손에는 체온이 교환되고 마주 보는 눈빛이 교류한다.

많은 힘 안 들이고 자연스럽게 내민 손바닥에서 얻어지는 수확은 돈으로는 가늠이 안 되는 큰 것이다. 우리 고유의 인사 예절은 모자를 쓴 경우에는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리는 것이고, 상대에 따라서는 구부리는 허리 각도를 달리하기도 한다. 특히 조부모님, 부모님급에는 문밖에서 큰절을 드려 존경과 예를 다한다.

많이 퇴색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예절이지만 아직도 행해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외래문화인 악수 인사는 간편하면서도 정감이 느껴진다. 정감을 나타내기 위해 힘주어 정성들여 잡기도 하고, 꼭 잡은 두 손을 아래위로 흔들기도 하고, 서로의 어깨를 부딪치거나, 손으로 토닥거리기도 한다. 평범한 악수는 그저 두 손을 꼭 잡고 체온을 느끼는 것으로 족하다.

우리 서예실 2반 회원은 모두가 이런 악수를 일일이 나누고, 그것만으로 부족했던지 먹물을 갈다가도 "커피 한 잔 합시다"라는 총무의 주선에 모두 자판기 앞에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기도 한다. 이러고 보면 친목은 가일층 돈독해지고….

그 후부터 서예는 시작된다. 정신을 집중하고 자세를 가다듬고 붓을 잡은 손이 규격된 백지 위에 한 획을 다듬는다. 한 자를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고, 한 구절의 흐름만 잘 구상하면 좋은 글씨가 되는데 참으로 어렵다. 다년간의 노력을 요하는 깊은 학문이고 예술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모양세는 참으로 진지하다. 훌륭한 글씨로 작가의 명예를 획득한 선비 어른도 많다. 요즈음은 일흔에 출품한 작품이 상하층 복도 벽면을 가득히 장식해 장관을 이룬다. 노인종합복지관은 그야말로 복지의 전당이다. 이만하면 선비의 무대답지요.

김기열(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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