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블루밸리 공사현장, LH 분양 치중 안전은 뒷전

입력 2015-10-13 01:00:06

발파작업 車·사람 통제 안해…주민 "속도전에만 매달려" 푸념

지난달 23일 블루밸리 현장 한 철거대상 민가에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발생, 인근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독자제공
지난달 23일 블루밸리 현장 한 철거대상 민가에서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발생, 인근주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독자제공

# 1 "꽝꽝꽝."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포항 남구 구룡포읍 인근에 조성 중인 국가산업단지 포항블루밸리 공사현장은 매일 점심때인 낮 12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발파작업이 이뤄진다. 산을 뒤흔드는 굉음과 돌덩어리 무리가 하늘로 치솟는 아찔한 발파작업이지만 주변 인원 및 차량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편방지 안전망은 아예 생략됐고,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는 작업자가 있는데도 발파작업은 그대로 진행됐다. 지난 5월 경주 외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발파충격으로 주먹만 한 돌 여러 개가 200m 이상 떨어진 공사현장 사무실과 차량으로 날아들어 차량 6대가 파손되고 사무실 벽이 부서졌지만 이런 사고를 예방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2 지난달 23일 블루밸리 현장 인근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곳에는 새로운 거주지로 이전하지 못한 70, 80대 어르신들이 30가구 이상 살고 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이날 사고는 현장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행인이 화재원인을 제공했다. LH 측은 "관리를 하고 있지만 담뱃불로 인한 화재를 어떻게 막겠느냐. 불이 났지만 인명 피해 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초 LH는 블루밸리 조성 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공사현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블루밸리 사업장 내 포항사업소를 열었지만 '안전'은 여전히 낙제점이다. LH포항사업소가 땅 분양 관련 사업에만 치중할 뿐, 안전과 직결된 공사현장 관리감독을 여전히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석면 덩어리인 슬레이트 주택 지붕 철거과정에서 안전규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건설폐기물을 길거리에 방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 지 오래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등 관리 당국의 관리감독도 LH포항사업소 개소 이전보다 느슨해지면서 이들의 불'탈법이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12일 기준으로 이주비용 및 이주지 확보가 어려워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은 모두 55가구 70여 명. 대다수 주민이 70, 80대 어르신들이어서 이들의 불'탈법 공사를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부지를 정리한 뒤 나온 흙을 처리하지 못한 LH가 주민들이 사는 집 인근에 마구 쌓다 보니, 주거환경의 질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LH가 이곳에다 사무실을 짓고 공사현장을 진두지휘한다고 해 처음에는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현장을 보니 LH가 되레 이를 부추긴다는 생각이 든다"며"공사현장의 안전은 뒤로 한 채 속도전에만 매달린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관계당국의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현장안전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주자들을 위해 1년 넘게 기다리며 공사진행을 미뤄왔다. 주민들 주장을 다 들으면 공사를 못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