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회의 불발…선거구 또 밀실 야합?

입력 2015-10-10 02:00:04

국회 획정위 시한 3일 앞두고 지역구 의원 수 합의에 사실상 실패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법정 시한을 3일 앞둔 10일까지 획정작업의 '기초공사'(지역구 의원 수 확정)조차 끝내지 못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역대 총선 때처럼 선거가 임박해 여야가 밀실협상으로 선거구 획정을 뚝딱 해치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획정위는 9일 무려 11시간 20분간의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역구 숫자와 권역별 의석배분 문제, 농어촌 지역 배려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자치 구'시'군 일부 분할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최종합의에 실패했다.

구역'경계 조정 등 세부 획정 작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5일 동안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법정 시한(13일) 내 획정위 단일안 제시는 물 건너갔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독립기구로 출범한 획정위의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됐다. 첫 출발부터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불법'을 저지르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도 선거가 임박해서 졸속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지난 15대 총선에 적용된 선거구 획정안을 선거일(1996년 4월11일)을 약 2개월 앞둔 그해 2월 6일에야 공포'시행했다. 16대 총선 때도 선거일(2000년 4월 13일) 두 달 전쯤인 그해 2월 16일에, 17대 총선 역시 선거일(2004년 4월 15일) 한 달 전인 그해 3월 12일에 겨우 획정안이 공포됐다. 18대 총선 때도 선거일(2008년 4월 9일)을 한 달 남짓 앞둔 그해 2월 29일에, 19대 총선도 선거일(2012년 4월 11일)을 한 달 열흘 남겨둔 그해 2월 29일에 획정안이 공포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법정 시한 내 독자안을 발표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획정위가 정치권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어떤 경우에도 여야가 직접 맞붙는 정개특위보다 획정위에서의 합의가 좀 더 쉬울 것"이라며 획정위의 분발을 당부했다.

한편, 획정위의 결정이 기약 없이 늦어짐에 따라 정치권이 획정위를 정치권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 대표의 담판으로만 확정할 수 있는 쟁점들조차 정리하지 않은 채 선거구 획정의 책임만 획정위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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