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땅골'→내당동, '배슭'→이곡동…동네 이름 우리말있었네

입력 2015-10-09 01:00:06

법정동 명칭, 주민들 부르던 이름서 유래…야시골·반고개 예부터 쓰던 우리말

'풀어보니 우리 동네, 한글 이름이었네!'

우리말에서 유래했지만 한자로 바뀐 지명들이 속속 되살아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고유 지명 찾기 운동에 나서면서 행정구역 개편 때 한자 지명으로 바뀌면서 한동안 잊혀져 있던 순수 우리말 지명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대구 곳곳의 행정동'법정동 명칭은 과거 주민들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온 사례가 많다. 달서구 유천동 일대는 1년 내내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냇물을 '흐르내', '흐르는 내'라고 불렀다. 이에 흐를 류(流), 내 천(川)자를 따 유천동(流川洞)으로 이름 짓게 됐다. 서구 내당동 역시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면 순 우리말에서 온 것이다. 19세기 말 현재 두류정수사업소 위치에 커다란 소나무 고목 세 그루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버틴 고목인 만큼 마을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동네를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세 그루를 기준으로 안쪽은 '안땅골', 바깥쪽은 '외땅골'로 불렀다고 한다. 이 중 안땅골이 현재의 내당동(內唐洞)으로 불리게 됐다.

또 배나무가 많아 '배가 많은 마을'이란 뜻인 '배실', '배슭'으로 불렸던 이곡동(梨谷洞), 마을 골짜기가 크고 깊어 '큰 마을'이란 뜻인 '한실'로 불렸던 대곡동, 위쪽에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웃마'로 불린 상리동(上里洞) 등도 순 한글 지명에서 파생됐다.

전설에서 유래된 한글 지명도 있다. 서구 '비산동'이란 동명은 과거 이곳으로 시집 온 새댁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갓 시집온 새댁이 달서천에 빨래를 하러 나왔다 하늘에서 그윽한 음악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더니 서쪽에서 커다란 산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새댁이 놀라 '산이 날아온다'고 소리치자 공중에 떠 있던 산이 그 자리에 내려앉았다고 한다. 이후 동네 사람들이 지명을 '날아다니는 산'이란 의미인 '날뫼'로 이름 붙였고 이곳이 비산동(飛山洞)이 됐다.

자연부락이 있던 예전에 불렀던 순 한글 지명이 아직 내려오는 곳도 있다. 범어시민공원 인근에 여우가 많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불렀던 '야시(당시 뜻:여우)골', 도적이 많아 고개를 반도 넘기 힘들다는 뜻에서 나온 '반고개', 자주 홍수가 나는 등 농사짓기 어려워 가난하게 사는 등 생활 모습이 걸뱅이(거지) 같아 불려진 '가르뱅이' 등이다.

대구의 구청 관계자들은 "지명의 유래, 변천사 등을 발굴하면 관광 자원으로 엮을 수 있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많다"며 "각종 도시재생사업, 재건축지구 명칭으로도 사용해 각 구'군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데도 효과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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