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만 찬 댐·저수지 저수율…농작물 말라 죽는다

입력 2015-10-08 01:00:05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여름 장마철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7일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보현산댐이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보현산댐은 지난해 11월 준공된 이후 가뭄 직격탄을 맞아 담수를 거의 못해 저수율이 2.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여름 장마철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7일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보현산댐이 물 부족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보현산댐은 지난해 11월 준공된 이후 가뭄 직격탄을 맞아 담수를 거의 못해 저수율이 2.2%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본격적인 갈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이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경상북도 내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강물의 수량도 급감해 농업용수난은 물론, 식수난도 우려되는 중이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내년 봄에는 사상 최악의 가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농촌 들녘엔 한숨만

예천엔 최근 두 달 동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수확을 앞둔 배추와 생강'콩'무 등 밭작물을 비롯해 과일과 임산물에도 극심한 생육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확을 마친 고구마는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교할 때 반 토막이 났고, 이달 수확을 앞둔 콩, 생강 등은 생육부진으로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예천군 감천면 간방리에서 콩, 생강 농사를 짓는 박찬은(75) 씨는 "지금 한창 콩 수확을 해야 하지만 오랜 가뭄으로 인해 콩깍지에 알이 차지 않아 올해는 수확을 포기했다. 생강 등 다른 밭작물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밤낮없이 물을 찾고 있지만 인근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고구마 농사를 짓는 박순일(72'예천읍) 씨는 "퇴직 후 4년째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데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일반 고구마에 비해 생존율이 낮은 호박고구마는 다 말라 죽고 20%밖에 수확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인근 하리면 동사리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찬성(59) 씨는 "11월 초 수확을 앞둔 부사는 9월과 10월이 과수 비대기로, 햇볕과 비를 많이 맞아야 품질 좋은 사과가 만들어지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큰일"이라고 했다.

이달 말 콩 수확을 앞둔 안동'청송권에는 오랜 가뭄 탓에 콩잎이 누렇게 마르고 있다. 8월부터 가뭄이 계속된 데다 가을 햇볕까지 따갑게 내리쬐면서 콩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생장을 멈춰버린 것. 아직 알이 차지 않은 콩깍지까지 말라버려 비틀어진 쭉정이가 많이 생겨나는 등 농촌 들녘엔 한숨뿐이다.

과수원을 하고 있는 권모(63) 씨는 "지난 8월부터 비가 오지 않고 고온이 지속되면서 과일 크기가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며 "지난해 큰 사과를 맛봤던 소비자들이 올해 작은 사과를 보고 소비가 위축되지 않을까 과수농가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댐 물 없어 발전도 못 한다

영천 화북면 보현산댐의 저수율은 7일 기준으로 고작 2.2%(저수량 50만㎥)에 불과하다. 물이 없어 지난해 11월 준공식을 했지만 소수력발전소는 가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목적댐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6일 현재 경북도 내 8개 다목적댐과 용수댐의 평균 저수율은 34.7%에 그치고 있다. 예년 평균 저수율(56.9%)은 물론, 지난해 평균 저수율(55.2%)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댐별로는 군위댐이 29.8%의 저수율을 보여 가장 낮았으며 임하댐(31.7%), 안동댐(33.3%), 김천부항댐(40.2%) 등 다목적댐들의 저수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천댐(34.9%), 운문댐(52.4%), 안계댐(66.7%), 감포댐(73.6%) 등 용수댐의 저수율은 다목적댐보다는 사정이 나았지만 지난해 이 4개 댐 평균 저수율(67.1%) 보다 19.9%포인트나 낮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8개 댐 유역에는 평균 549.6㎜의 비가 내렸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강우량(849.4㎜)과 예년 평균 강우량(1천11㎜)에 비하면 각각 299.8㎜(35.3%), 461.4㎜(45.6%)나 줄어든 수치다.

비가 내리지 않자 도내 5천529개의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7일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평균 저수율은 53.7%로 예년 평균(75.4%)에 비하면 71.2% 수준이다. 특히 경북 북부 일부 지역은 저수율이 30% 미만까지 하락하고 있는 등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관리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농어촌공사는 설명했다.

◆내년 봄이 더 걱정

내년 봄 가뭄을 미리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송에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논이 일정한 양의 물을 머금고 있어야 내년 봄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댔을 때 쉽게 차는데, 현재 논바닥은 물이 완전히 말라버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 농사는 아예 시작도 못 한다"고 걱정했다.

의성군고추생산자연합회 김봉태(64) 법인 공동대표는 "현재 가뭄도 가뭄이지만, 내년 봄 가뭄을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는다. 가뭄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행정기관에서 1만㎡ 이상 고추 집단 재배지에는 관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은 최근 발표한 '10∼12월 기상 전망'에서 올겨울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북을 예로 들면, 올가을과 겨울에 평균 50㎜ 이상 비가 와야 평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8, 9월 경북에 내린 비의 양은 각각 124㎜, 57㎜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강우량인 381㎜, 123㎜의 30~40% 수준밖에 되지 않는 등 이후에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이 오면 강수량이 많아지지만 올겨울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경우 전체적으로 내년 봄 가뭄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듯하다"며 "내년 장마철이 오기 전까지는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나 관계부처가 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업용수 확보에 총력

경상북도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가뭄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7일 '내년도 농업용수 공급대책' 수립에 나섰다. 올해 농사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경북도 이현곤 농촌개발과장은 "문제는 내년 봄이다. 올가을과 겨울에 예년 수준의 비가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봄 모내기 영농 급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도는 강수량 및 저수율 등 가뭄 상황을 분석하는 한편, 영농기 이전(내년 4월 말까지) 모내기 용수 부족 예상지역에 대한 용수 확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저수지, 논 등 물 가두기와 간이양수장 설치, 관정 개발을 하고 관정(4천986공)'양수기(5천976대)'송수호스(830.8㎞)에 대한 점검 및 정비에 모든 행정력을 쏟을 방침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권기봉 경북본부장은 "7일 저수율이 심각한 상태인 도내 북부권 중심으로 올해 10월부터 내년 영농기가 본격 시작되는 4월까지 선제적 가뭄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농민들도 용수 절약, 겨울철 논물 가두기 등에 나서야 하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절수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의성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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