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오래된 야구장

입력 2015-10-07 01:00:09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지난 2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리게 되자 이 오래된 야구장에 대한 헌사를 담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홈 구장으로서 삼성의 좌절과 영광을 간직한 구장이며 야구팬들의 탄식과 환희, 추억을 담아낸 구장이기에 마지막을 맞는 순간이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내년부터 프로야구는 북구 고성동의 대구시민야구장이 아닌 수성구 연호동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게 된다.

대구시민야구장에 대해 아쉬움의 작별을 고하는 분위기는 다소 낯설다. 최근 수년 동안 이 야구장은 '최악의 야구장'으로 손가락질받았기 때문이다. 좁고 열악한 관중석, 선수 편의와 부상 방지를 고려하지 않은 더그아웃과 경기장 펜스 등 여러 요소가 야구 관계자들과 야구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매년 개'보수를 하긴 했지만 낡고 불편한 시설의 한계를 보여 21세기 프로야구 경기장이라 하기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까지 비난만 받다가 그 역할을 다하는 시점에 와서야 미지근한 작별의 인사를 건네받는 모습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구시민야구장은 좀 더 존중받았어야 했다. 1948년에 개장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으로 한국 야구 발전의 산실이었다. 고교 야구의 전성기이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경북고와 대구상고가 우승을 밥 먹듯이 하면서 수많은 야구 국가대표들을 배출했다. 1980년대 초 무렵까지는 야구장 담벼락 주위에 심어진 나무들이 관중의 땀을 식혔고 의자 없이 잔디로 층을 이룬 관중석에서 숨죽이며 야구를 지켜봤다. 이제는 희미해진 정겨운 추억들이다.

대구시민야구장은 내년부터 학생 야구와 사회인 야구 경기장으로 바뀐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꿈의 구장'으로 불렸던 곳이라 구장 부족에 시달리는 사회인 야구 활성화에 이바지하게 된다. 2006년에 서울 동대문야구장이 일각의 반대에도 철거된 전철을 밟지 않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에도 낡은 구장을 허물고 새 야구장을 짓는 경우가 많지만,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그래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팬웨이 파크나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 리글리필드는 미국 야구의 역사이자 문화이며 자부심으로 통한다. 우리도 오래된 야구장을 잘 보존하고 새 야구장을 발전시켜 야구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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