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데이트의 탄생: 자본주의적 연애제도

입력 2015-10-03 01:00:05

데이트의 탄생: 자본주의적 연애제도/ 베스 L. 베일리 지음/ 백준걸 옮김/ 앨피 펴냄

데이트를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 세계 대부분 지역 사람들이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는 현대인의 연애 규칙이자 질서라고 할 수 있다. 데이트 없이 서로를 탐구하고 호감을 나누며 깊게 더 깊게 사랑에 빠지는 일은, 실제로 만나지 않고도 만난 것처럼 교감할 수 있는 고도의 텔레파시 능력이 개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지 않을까.

저자는 데이트의 탄생 시기를 100년 전으로 본다. 어라, 훨씬 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밤마다 몰래 만나고, 성춘향과 이몽룡이 서로 업고 논 것은 데이트가 아니었단 말이냐. 자,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100년 전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한 미국의 도시 곳곳에 수많은 빈민가가 들어섰다. 가난한 노동자 젊은이들이 사랑을 속삭일 공간이 없었다. 연애를 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러자니 돈이 들었다. 교통비며 밥값이며 커피 값이며 기타 등등. 여기서 이전과 구분되는 '자본주의적 연애제도=데이트'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당시 데이트 비용은 자본주의적 성격상 일단 남자가 내기로 합의됐다. 여자는 그 대가로 남자에게 성적 호의를 제공하게 됐다. 이러한 남녀관계에서 남자는 권력을, 여자는 실리를 얻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는 더치페이가 시도되기도 했지만, 남자들은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오늘날 연애에서 남녀를 대결 구도로 모는 데이트 비용 문제의 기원이다.

데이트는 원래 돈의 문제였고,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더욱 일상을 옥죄는 '쩐'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 심지어는 데이트 살인이 뉴스에 곧잘 오르는 시대 아닌가. 337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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