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4∼6시, 신호 위반 하다가 쾅!쾅!쾅!
"안전이 최고의 서비스다."
대구 시내버스는 한 해 동안 시민 2억 명이 넘게 이용한다. 많은 사람이 타는 만큼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거나 서서 탑승하는 이용 특성 때문에 급정거 등 돌발 상황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제때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정시성만큼 '안전'이 중요한 이유다. 버스 사고를 줄여 안전한 대중교통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봤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잇따른 버스 사고
시내버스 사고는 무엇보다 운전기사의 과실이 원인이 된다. 술이 덜 깬 상태이거나 졸면서 운전대를 잡은 경우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한다.
올봄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사고를 일으킨 버스기사가 있었다. 403번 버스 기사인 김모(59) 씨는 지난 4월 26일 혈중알코올농도가 0.048%인 상태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일으켰다.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북구 침산동에서 김 씨가 몰던 버스는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인도로 돌진해 가로수와 건물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승객(61)과 보행자(72) 등 6명이 다쳐 병원 신세를 졌다. 마침 일요일인 덕분에 등교나 출근을 하는 사람이나 차가 없어서 더 큰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졸음운전도 사고를 부른다.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 40분쯤 수성구 수성경찰서 맞은편 달구벌대로에서 한 시내버스가 가로수와 충돌했다. 운전기사가 잠깐 조는 동안 버스는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향했던 것이다. 이 사고로 운전기사와 승객 등 16명이 다쳐 5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가 나면서 부근 도로가 50분가량 정체를 빚기도 했다.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인해 버스가 인도를 덮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11시 30분쯤 서구 내당동 광장코아 앞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인도에 있던 지상변압기를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가로등, 도로표지판 등이 쓰러졌고 지상변압기가 1m가량 밀려나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도 튀었다. 승객 8명이 다치고 인근 10여 개 가게가 두 시간 동안 정전됐다.
◆시내버스 교통사고의 특징
우리나라의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시내버스 교통사고는 6천415건이 발생해 9천872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는 최근 10년간 시내버스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특히 2009년 6천 건을 넘어선 이후 매해 평균 80여 건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버스 1천 대 당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45.7명(2011년 기준)으로 영국(6.4명), 스페인(6.4명), 독일(13.2명) 등 유럽연합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다. 여객수송거리별 교통사고도 한국은 1㎞ 당(10억 명으로 환산) 2.67명으로 유럽연합의 0.17명에 비해 15배나 많다.
버스공제조합에 접수된 3년간(2011∼2013년)의 사고 6만5천554건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시내버스는 운영특성상 주간에 73.2%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의 주간 비중(52.3%)보다 높은 편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4~6시 사이가 14%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오전 8~10시(13.9%), 오후 2~4시(13.5%) 등이 차지했다. 결국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는 버스 노선 운영이 주간에 많고 그로 인해 사고 횟수도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요일별로 보면 금요일(16.3%)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도로 통행량과 버스 운영 횟수가 적은 일요일(8.9%)이 버스 사고 비중이 가장 낮았다. 법규 위반 유형은 신호위반이 44.0%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승'하차 과정에서 사고가 나는 개문발차(29.9%), 횡단보도사고(14.2%) 등의 순이었다.
◆버스 사고를 줄일 해법은
전문가들은 버스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가장 먼저 '운행여건 개선'을 손꼽았다.
무엇보다 '버스전용차로의 확대 및 실효성 강화'를 들었다. 도로 여건에 따라 전용차로를 가장자리나 중앙 등 다양화하고, 연계성을 높여 정체 시간에 도로 위 병목 구간을 제거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용차로의 차별화를 위해 유색 포장이나 진입방지턱 설치 등의 방법도 있다.
불법 주정차나 버스전용차로 위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위해 교통위반신고 포상금제 시행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 제도는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카파라치 등 부작용으로 인해 2001~2003년 사이 운영된 뒤 폐지됐다. 부작용만 줄일 수 있다면 사고 예방을 위해 유용하다는 것이다.
운전기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급제동'출발, 신호 위반, 잦은 차로 변경 등 사고의 원인 되는 운전 행태가 배차 간격과 휴식 시간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로 혼잡과 출퇴근시간, 요일과 계절 등에 따라 배차 간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휴식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가속'난폭운전을 줄이자는 취지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 과실 버스교통사고 실태와 그 예방대책'(2013년)이란 연구를 통해 버스업체의 자구 노력과 운전기사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업계 스스로 안전 운전기사에게 유급휴가나 포상 등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하고, 안전교육에 대한 사후 평가와 효과에 대한 점검을 통해 교육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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