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을 맞아 남편과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걱정이 태산이었다.
뱀 때문에. 긴 장화도 신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남편과 떠다 먹었던 약수터 길에 산초나무가 몇 그루 있던 것이 갑자기 생각나, 어젯밤 괜히 남편한테 "약수터 길에 산초가 다 익었을까요?" 했던 것이 후회가 막심했다.
남편도 남자라고(한 번 칼을 뺐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한다는 듯) 결국 날이 새자 길을 나서고 말았다. 남편 뒤를 조심조심 따라가는데 풀은 무성할 대로 무성하다. 길도 흐릿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약수 뜨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길이 다닐 만했는데, 그새 우리처럼 약수 나들이객이 없어진 모양이다.
잔뜩 겁을 먹고 바닥만 내려다보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긴 뭔가가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나며 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건 뱀이 아니라 땅에 깔아 놓은 전선줄이 뱀처럼 보였던 것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이 두방망이질했다. 조금 더 따라 걸어가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멈춰 서서 "여보 그만 돌아가자, 풀이 너무 무성하여 무서워서 안되겠어" 했더니 남편은 뒤돌아보며 "그럼 먼저 내려가서 오토바이 옆에 가 있어"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남편 혼자만 보낼 수가 없어 다시 두려움을 무릅쓰고 남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산초나무 있는 곳까지가 멀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괴로웠다. 거기다 아까 전선줄 보고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두근거려 숨을 몰아쉬곤 했다.
억지로 산초나무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남편이 "애썼어, 물 좀 마셔" 해서 물을 마셨는데 그렇게도 진정이 안 되고 가슴이 두근거려 숨을 몰아쉬었던 것이 바로 진정이 되고 가슴 두근거림이 가라앉았다. 옛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라 울거나 하면 얼른 물 좀 떠다 먹여라 하신 것이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놀란 사람에게나 아이들에게 물을 떠다 먹여보긴 했지만 직접 경험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정말 옛 어른들의 지혜와 민간요법은 훌륭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특히 아이들에겐 넘어져 다쳤을 때, 속상하다고 야단만 치지 말고 괜찮다고 등 쓰다듬어 주며 얼른 냉수부터 한 컵 꼭 마시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빨리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임을 깨달았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 꼭 알아두었으면 좋을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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