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바람? 어린이집 학대? "못믿겠다, 아무것도"

입력 2015-09-21 02:00:01

녹음기·위치추적기 판매 급증…간통제 폐지후 흥신소도 호황

'당신의 사생활은(?)'

사회 전반에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타인의 생활을 몰래 추적하는 이른바 '불신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증거 확보를 위해 초소형 전자기기 등을 사거나 흥신소에 의뢰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간통죄 폐지가 불신 산업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장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50, 60대로 보이는 이들로부터 초소형 녹음기나 위치추적기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의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증거를 잡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가격이나 사용 방법 등을 묻는 전화가 하루 40~50통 걸려온다"며 "특히 간통죄가 폐지돼 증거 수집이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면서 스스로 증거를 잡으려고 녹음기나 위치추적기를 찾는 이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신소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구의 한 흥신소 관계자는 "불륜 관련 상담은 간통죄가 사라지기 전보다 20~30% 늘었다"며 "녹음이나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으로는 한계가 있어 직접적인 스킨십 사진을 증거로 잡으려고 전문 업체에 의뢰한다"고 말했다.

불신은 남녀관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나 어린이집 내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녹음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대구의 또 다른 전자장비 판매업자인 남모(42) 씨는 "녹음기가 워낙 작아 아이들 옷 속에 숨겨놓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굳이 학대가 의심되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보살피는지 확인하고자 부모들이 녹음기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밀한 녹음이 보편화되면서 기기도 점차 소형화, 첨단화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볼펜이나 시계, 안경처럼 일상용품에 녹음기가 숨어 있는 것부터 라이터 크기의 절반만 한 녹음기를 10만~3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이 녹음기에 노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불안에 떠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장비 업체 관계자는 "자신의 차량에 위치추적기가 설치된 것 같다며 제거해달라는 문의 전화가 적잖게 온다. 또한 사무실이나 집에 녹음기가 몰래 부착된 것 같다며 의뢰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흥신소 관계자도 "'집 안에 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다'며 몰래카메라 탐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 늘었다"고 밝혔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커지는 사회일수록 갈등이 커지고 CCTV나 녹음기 등의 객관적인 자료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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