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維新(유신)

입력 2015-09-19 01:00:08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군사적 위력에 깜짝 놀란 일본은 하급 무사들이 주동이 되어 막부 체제를 종식시키고 1867년 이른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통해 국왕 중심의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구미의 열강을 본뜬 부국강병 정책으로 근대화에 성공하고 제국주의의 기틀을 다진 이 일련의 혁신운동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라고 한다.

서세동점에다 일본과의 전쟁에서도 패배한 중국 청나라는 1898년 캉유웨이'양치차오 등 개혁파들이 황제와 결탁한 가운데 변법자강의 혁신 정치를 기도했다. 그러나 당시 실권자였던 서태후와 봉건파의 탄압으로 좌절되고 만다. '무술정변'으로도 일컫는 '백일유신'(百日維新)의 실패로 중국의 근대화는 요원해진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은 국가 안보 강화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유신 체제를 선언했다. '10월 유신'은 숱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끝내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유신 체제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유신'(維新)의 사전적인 뜻을 보면, '모든 걸 고쳐 새롭게 함' '낡은 제도나 체제를 아주 새롭게 고침'으로 풀이하고 있다. '유신'은 비슷한 뜻의 '혁신'보다도 강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의미한다. '유신'이란 용어는 '시경'에 기록된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그 명은 새롭게 한다'(周雖舊邦其命維新)는 구절을 '대학'에서 다시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것을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차용했고, 한국의 '10월 유신'에도 등장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두고 '유신헌법 제정 당시 재신임을 물었던 것'에 비유했다가 사과하는 소동을 빚었다. 새정치연합은 또 비주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공천혁신안을 중앙위원회에서 박수(만장일치)로 의결하자, 반대쪽의 한 의원이 "'혁신'이 '유신'이 되어버렸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개인의 탐욕과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된 후세 사람들이 유신의 참뜻을 오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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