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관대 공화국] 청소년 성범죄 바닥엔 '가정의 위기' 있죠

입력 2015-09-19 01:00:08

성매매·음란채팅 인터넷·스마트폰도 문제…여성청소년 담당 경찰관이 말하는 청소년 성범죄

"아동'청소년 범죄의 대부분이 가정의 붕괴에서 비롯됩니다. 양육 대책이 없는 무책임한 이혼이나 가정 파탄은 아이들을 비극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부서 신동한 과장, 서부서 박성훈 과장, 수성서 윤현선 수사팀장(왼쪽부터)이 본사 회의실에서 청소년 범죄, 성의식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수신(修身), 제가(齊家)가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위해 절실한 것은 확실합니다. 아동, 청소년 탈선, 성범죄가 모두 '가정의 위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각 경찰서에는 '여성청소년과'가 있다. 가정, 여성, 청소년 성폭력의 최일선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범죄를 다루는 부서다. 못된 어른들의 일탈에는 엄정한 법의 칼을 휘두르고 딱한 처지의 청소년들에게는 삼촌, 이모가 되어 상처까지 치유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성범죄, 이번에는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를 초청, 청소년들의 성(性)의식, 범죄와 이에 대한 대책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구중부서 신동한 과장, 서부서 박성훈 과장, 수성서 윤현선 수사팀장이 바쁜 일과 중에 좌담회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가정의 위기와 청소년들의 성범죄, 현장에서 느끼는 관점은.

▶박성훈(이하 박)=문제 청소년의 가정은 상당수가 이혼, 편모(부) 등 결손가정이다. 부부가 이혼하는 순간 아이는 정글에 홀로 버려지는 임팔라라고 보면 된다. 각종 성범죄에 쉽게 빠져들고 범죄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부부 이혼은 결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육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혼은 아이들의 인생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방치된 아이들은 범죄에 노출될 텐데.

▶신동한(이하 신)=대부분 아동 성범죄는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지고 또 적발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또 아동성폭력 범죄자들은 소아성애(paedophilia)자들로 일종의 병적 집착자들인 경우가 많다. 재범 우려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들을 치료하는 데 정신과나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다. 고위험군에는 화학적 거세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동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법 집행에도 문제가 있다는데.

▶윤현선(이하 윤)=2009년 미국에서 10대 소녀 성폭력범에게 징역 4천60년이 선고된 적이 있다. 비록 사후 조치이기는 하지만 법을 엄격하게 집행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3세 된 친구 딸을 성폭행한 파렴치범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적이 있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양국의 온도차가 얼마나 극명한지 알 수 있다. 성(性)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모든 의혹이 이런 데서 비롯된다.

▶박=올 상반기 우리나라 아동 대상 성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율은 47.6%.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해자가 반성하면,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형량이 반으로 줄어드니 집행유예가 양산(量産)되는 것이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됐지만 충분한 사법적 시뮬레이션이 없어 양형(量刑)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의 비뚤어진 성의식에 대해 알아보자.

▶신=지금 일부 인터넷 방송 사이트나 팟캐스트에서는 공공연한 성 조장 내용의 방송이 나가고 있다. 클럽에서 '원 나잇 스탠드'나 여자 정복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늘어놓고 중계하듯 방송하고 있다. 21세의 여성이 즉석 만남에서 '첫경험' 내용을 방송하는 내용도 나온다. 순결을 잃은 데에 대한 아쉬움이나 죄책감도 없다.

▶윤=이런 매체에 물든 세대들에게 여성은 정복, 쾌락의 대상일 뿐이다. 내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나의 성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지를 모르는 그들이 너무 안타깝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출 팸'현상에 대해 진단해 달라.

▶윤=현재 가출 청소년 수는 20만~45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도 매년 2만여 명이 집을 뛰쳐나와 뒷골목을 배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출 청소년들은 대부분 자발적 또는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동원되고 있는데 숙식이나 용돈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가출 팸을 추적하다 보면 심지어 또래 남학생들이 포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PC방이나 스마트폰 앱으로 성매수자들을 연결해준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미끼로 남성들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청소년 보호 시설이 있지 않은가.

▶박=가출 청소년들의 보호시설인 '청소년 쉼터'는 전국 100여 곳에 이른다. 아이들은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일시, 단기, 중단기로 나뉘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 2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대개 10~30명으로 수용 인원이 제한돼 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또 입소 규정이나 절차가 까다롭고 규율이 엄해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심지어 시설에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을 꾀어 다시 거리로 뛰쳐나가는 사례도 발생한다.

-온라인 매체 스마트폰 등장 이후 청소년 성범죄 변화는.

▶신=지금도 온라인 스마트폰에는 성이 넘쳐난다. 성매매를 부추기는 민망한 문자와 메일이 수시로 들어온다. 얼마 전 지인이 '몸캠 채팅'에 응했다가 곤경에 빠진 일이 있다. 서로 은밀한 제안에 동의해서 한 일인데 저쪽에서 금품을 요구해 온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했는데 실제로 나체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돼 맘고생을 엄청 했다. 스마트폰의 해악은 이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일부 대화 앱은 실명 확인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지금 대부분 성매수나 은밀한 대화는 이런 음성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근절 대책은.

▶윤=얼마 전 안마시술소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면서 비밀장부를 압수한 적이 있다. 대충 계산해도 연간 매출이 수십억 단위였다. 이들 업소는 지금도 큰 제재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단속, 적발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업소들이 고도로 지능화되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짜야 겨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남성 중 37.9%가 성 매수 경험이 있다고 한다. 평생 1회 이상 성매매를 했다고 답한 사람도 절반에 이른다. 풀릴 대로 풀린 우리나라 성의식, 앞으로 더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 분명하다. 일선 경찰들이 이렇게 염려할 정도라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비상수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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