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혹자는 교자상 가득 차려지는 푸짐함을 매력으로 꼽는다지만 '음식의 기본은 맛'이라는 명제에 비춰본다면 결국 한정식의 매력은 입을 괴롭히지 않는 담백함과 정갈함에 있다 하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정식점 대부분이 '담백함'과 '정갈함'에 초점을 맞춰 음식을 낸다지만 그 기준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는 방경희(50) 씨는 지인들을 만나 식사할 만한 곳을 찾던 중 눈에 띄는 한 곳을 발견했고, 이곳은 방 씨와 일과 친분 등으로 엮인 사람들의 사랑방이 됐다. 바로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녹연한정식'이다.
◆"친정집에 온 기분"
방경희 씨가 오랜만에 지인들을 모아 같이 점심 한 끼를 하기 위해 찾은 녹연한정식은 도시철도 1호선 월촌역 인근 아파트촌 뒤에 숨어 있는 작은 한옥이었다. 고졸한 멋이 있는 한옥과 작지만 잘 가꿔진 정원은 주변의 콘크리트 아파트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방 씨 일행이 자리한 방에서는 정원에 심어진 무화과나무와 작은 소나무를 볼 수 있었는데, 방의 분위기와 어우러지면서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운치를 만들어냈다. 방 씨는 "이곳에 와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꼭 친정집에 와서 편하게 밥 먹고 놀다 가는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조금 걸리는 편이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손님이 오면 그때그때 바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었다. 방경희 씨와 친구들은 음식을 채근보다는 앞으로 상 위에 차려질 음식을 기대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정식에 나오는 반찬 중 어떤 것을 맛있게 먹었는지 물어보니 말하는 반찬 종류가 다양했다. 빈대떡, 우엉채 무침, 된장 뚝배기 등등이 나왔는데 "명태찜을 꼭 드셔 보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엉채 무침, 오징어 무침, 묵 무침, 잡채 등이 나왔다. 한 젓가락씩 맛보았는데,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맛이었다. 특히 참깨가루로 고소함을 더한 우엉채 무침은 사람들이 왜 추천했는지 이해가 됐고, 흰 청포 묵과 함께 나온 흑임자 묵은 색다른 맛이었다. 다음에 나오기 시작한 반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명태찜이 나왔다. 계란을 입혀 지진 명태에 양념을 얹어 익힌 명태찜은 담백함과 감칠맛이 함께 느껴졌다. 돼지고기 수육, 들깨탕, 빈대떡 등 이것저것 집어먹다 보니 배가 금방 부를 정도로 푸짐했다. 마지막으로 된장 뚝배기와 세 종류의 나물, 김치, 조기와 함께 밥이 나왔다. 밥은 작은 무쇠솥에 지은 것으로 다른 한정식점에는 얼마를 추가해야 맛볼 수 있는 '옵션'이 이곳은 기본으로 나왔다.
◆철학과 겸손을 겸비한 사장님
녹연한정식의 윤순옥(61) 대표에게 음식 맛의 비결을 살짝 물었다. 윤 대표는 "그냥 어머니에게 배우고 평소에 음식 하던 방식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녹연한정식을 열기 이전에도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그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눠먹는 것도 좋아했다. 음식점을 해 보려고 마음먹은 순간 운명이었는지 쉽게 음식점을 할 집을 구할 수 있었고, 윤 대표의 음식 맛을 본 손님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퍼트려 손님도 조금씩 늘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 가게 음식 맛이 한결같은 이유는 주방에서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이 많이 도와주기 때문"이라며 "이 분들이 없다면 나 혼자 음식 맛을 지켜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하던 대로"라고 말하긴 했지만 윤 대표는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두 가지 원칙은 꼭 지킨다.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을 그때그때 바로 만든다는 것과 밥을 맛있게 만든다는 것. 윤 대표는 "오신 손님들 대부분이 '밥이 맛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며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해도 지금의 원칙을 고수했을 때 만족하는 손님들이 더 많아서 이 원칙은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 특선(오전 11시~오후 3시)=1만5천원, 저녁'공휴일 한정식=2만~4만8천원
▷영업시간=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규모=60여 석
▷주소 및 문의=대구 달서구 송현로7안길 46-14(상인동 931), 053)638-7427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사진 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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