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면 금방" 대구 변호사 넘보는 서울 로펌

서울의 중대형 법무법인(로펌)이 대구의 대형 민'형사 사건 수임에 잇따라 나서면서 대구 변호사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구 변호사들은 "서울의 법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했고 KTX 개통으로 대구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서울 로펌들의 대구 진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다른 대도시보다 대구 법조 시장이 유독 서울 로펌의 진출 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로펌이 수임한 대형 민'형사 사건은 상당수에 이른다.

현재 재판 중인 조희팔 금융사기 사건의 고철무역업자 경우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있고, 한국농어촌공사가 대구경북에서 진행하는 100여 건에 이르는 저수지 찾기 소송도 서울의 로펌이 맡았다. 대구 동구와 북구의 비행기 소음 배상 소송도 서울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같이 서울 로펌의 대구행이 잦은 이유는 지방 대도시 중 대구의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 변호사는 "오전에 대구 법원에서 변론하고 오후에는 서울 법원에서 사건을 맡을 수 있다"며 "대전과 부산은 KTX 역사와 법원 간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대구는 반나절이면 사건을 처리하고 서울에 다시 올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이 동대구역과 10여 분 거리에 있어 하루 출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로펌의 실력이 대구 로펌보다 좋을 것이란 기대 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서울 로펌의 수임료가 대구 로펌보다 통상 10배 이상 비싸지만 화려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나 전문 변호사가 많아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대구 변호사업계는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법원과의 의사소통이나 의뢰인과의 접촉 횟수 등에 있어 서울 로펌들은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구 한 변호사는 "서울 소재 대형 로펌들은 지명도 있는 판검사들을 영입해 전관예우 효과를 내세우는 영업 전략을 펼친다"며 "하지만 지방 법원 재판에는 경력이 짧은 젊은 변호사를 내보내는 등 고객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재동 대구변호사회장은 "서울 로펌이 승소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며 "법원과의 관계, 의뢰인과 만남 등은 지역 변호사가 더 낫고 서울 로펌을 선임할 경우에는 지불하는 돈에 비해 법률적 도움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