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생활하는 이에게 고향은 그리움과 같은 말이다. 부모 친척과 친구뿐 아니라 삽짝만 나서면 고만고만한 집들을 따라 골목길이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그 끝에 갑작스레 다가서던 들판과 개울이 늘 그리운 까닭일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뜀박질하며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까지도 철없던 어릴 적 기억이 이리저리 얽혀 있음을 알 때쯤이면 '고향=그리움'이라는 등식은 더욱 확실해진다.
그래서 '고향'이라는 말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먼저 먹먹해진다. 이런 마음을 이백은 '거두망명월 저두사고향(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고개 들어 밝은 달 쳐다보고,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이라고 했다. 천천히 읊조리면 '고향'이라는 글자까지 가기도 전에 가슴과 눈이 먼저 반응하는 이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1980년대 중반, 노래를 통해 군사독재에 항거하고 노동자와 서민의 고달픈 삶을 그렸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패가 있었다. 이들은 함께 또는 혼자 부른 노래를 모아 1984년 1집을 발매했는데 그 안에 박미선이 부른 '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곡이 있다. 돈을 벌러 서울로 올라왔지만, 돈은 못 벌고 하루하루 생활에 쫓겨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노동자의 모습이 아프게 담겨 있다. 박미선이 워낙 곱고 애틋한 목소리로 부른 이유도 있지만 '갈 수 없는 그리운/그리운 내 고향/나는 가고 싶지만/내가 갈 수가 없네'라는 마지막 구절에 오면 늘 가슴이 꽉 막혔다.
추석이 성큼 다가섰다. 올해도 많은 이들은 귀향 기대로 설레겠지만, 또 많은 사람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는' 고향이 될 듯하다. 추석 때 고향을 못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서울로 진학한 대학생 가운데 취직 공부에 묶여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숫자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울의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이용자가 크게 줄어 매년 운용하던 귀향 버스의 대수를 줄이거나 취소했다고 한다.
서울로 진학한 지방 학생이 줄었고, KTX 등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했다는 풀이지만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열공'한 모든 이가 꼭 취직에 성공해 내년에는 환한 웃음으로 고향을 찾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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