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관련 업소 170여 곳, 명맥 유지하고 있지만…상업화 물결 속 휘청, 임대료 싼 지하로
"약령시 골목에 식당 21곳, 커피숍 13곳, 미용'피부숍 7곳."(표 참조)
A4 용지 하나 달랑 들고, 약령문에서 출발해 약령서문까지 대구약령시 골목을 쭉 걸었다. 357년 전통의 약령시 골목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점점 퇴색의 기로에 서 있다. 43년 후(2058년), 400년 역사가 되었을 즈음에는 명맥조차 제대로 유지할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약령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간명하다. ▷양의학에 밀리는 한방 ▷시대의 흐름을 좇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고 있는 한방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 이후 상업화된 거리 ▷대구 근대골목의 인기와 함께 많은 관광객 유입 등이다.
이번 주 주말판은 대구의 역사이자 자랑인 약령시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본다.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 한의학이 처한 현실도 짚어본다. 더불어 대구약령시가 400년이 아니라 500년, 1천 년 이후에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대구시민과 함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을 방안도 모색해 본다.
◆자본논리에 따라 쇠퇴의 기로
이제 대구약령시 거리도 두 집 걸러 한 집이 식당'커피숍'미용실일 정도로 상업화된 거리로 변하고 있다. 특히 동성로와 가까운 약령문(중앙파출소 맞은편)이 있는 쪽부터 더욱 가파르게 자본의 탈을 쓰고 있다. 한의원이나 약업사들은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점차 약령서문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약령시의 한방 관련 업소는 174곳. 아직도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봐도, 한눈에 한방특구인 한의원'약업사 전문골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업화의 물결에 휘청대고 있는 모습 또한 읽을 수 있다. 약령시 상업화 침투의 첨병 역할은 식당'커피숍'미용실 3인방이었다. 이 세 업종은 약령시 골목을, 값비싼 임대료에도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약령시 내에서 '건강하게 살기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조훈기 이사장은 "약령시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휘청거리고 있으며, 지금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약령시의 경쟁력을 길러야 할 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하로, 2층으로
자본주의에서 변함없는 진리는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차료가 계속 오르고, 매출은 떨어진다면 버틸 수가 없다. 현재 약령시의 한의원'약업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1층 목이 좋은 곳에 있으면 한 달에 300만원을 임차료로 내야 하는데 순수익은 2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을 내려야 하겠는가. 정답은 뻔하다. 임차료가 싼 지하나 건물 2, 3층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현재 약령시 내 중소형 한의원'약업사들의 처지가 그렇다.
40년 넘게 인보약업사를 운영해 온 박순동(66) 대표는 2년 전에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대신 1층은 모던다방과 칼국수집이 차지하고 있다. 박 씨는 씁쓸하지만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임차료가 5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어떻게 1층에 계속 있겠습니까? 지금은 지하 1층에서 예전부터 찾던 단골손님만 받고 있습니다. 고육지책 아니겠습니까?"
비산 임대료 때문에 1층에서 2층으로 옮긴 삼보약업사, 오봉약업사 등도 있다. 10여 곳의 한의원과 약업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임차료가 비싼 약령문 인근에서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싼 약령서문 쪽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으로 건물 대변신
본초당한약방 박병훈(78) 대표는 지난해 7월 약령시에 밀어닥친 상업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수천만원을 들여 건물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5년 전에 비해 매출이 5분의 1로 감소한 상황에서 1층에 눌러앉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건물 리모델링을 한 이후 1층에 있던 본초당한약방은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는 임대료를 받고 식당이 들어오도록 했다. 3층에는 전문 피부미용숍이 들어왔다. 그러고 나니 숨통이 트였다.
박 대표는 "1층과 3층에서 임대료를 받아,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며 "2층으로 올라온 한약방은 단골손님이나 인근 한방 쪽 지인이나 친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영업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상업화의 시대적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약령시가 계속 위축되고, 60,70대의 한의원'약업사 주인들이 기력이 떨어지거나, 세상을 떠나면 이를 계승'발전시킬 후배가 없다"며 "약령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방 규격화, 도제식 교육 등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령시 골목에 위치한 식당'커피숍'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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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상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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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 아침, 이정식당, 한식전문점 '산', 봉추찜닭, 카마타케 제면소
반월당 김밥가게, 라쿠친 '스시', 대구근대골목 단팥빵, 반할김밥
식당(21곳) 미미짬뽕, 거송갈비찜, 수제오븐 돈가스 '소가담', 우드스푼
정성식당, 스테이크+칼국수 '배불렁', 냉면전문식당 '찔레꽃'
서문곰탕, 궁중약백숙 '큰나무집', 능이마을, 이태리식당, 삐에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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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 인 코나, 남성다방, 커피명가, 홍스커피, 혜담다원
커피숍(13곳) 모던다방, 오웬즈 커피, 닥터 커피, 318 일러스 커피, 전통찻집 '다향'
에디야 커피, 오후 4시(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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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스킨&바디, 미소의 집, 헐리우드(Hollywood), 구동연 헤어숍
미용'피부숍(7곳) 블루미 의원(피부+성형), 라라헤어, 김정문 알로에 피부관리실
왕후의 빛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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