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맷 타이비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 펴냄
골드만삭스를 "인류에게 들러붙은 흡혈 오징어"로 표현하는 등 월스트리트 금융기업들과 관료들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롤링스톤'의 기자 맷 타이비가 이번에는 부의 양극화가 집어삼킨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해부했다. 최근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사법 불평등은 해묵은 숙제 중 하나다. 타이비는 미국 사회가 가난을 죄악시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처벌하는 데까지 나아갔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생생히 보여준다.
이 책에는 '부수적 결과'라는 생소한 말이 나온다. 이것은 현 미국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작성한 회람문에 등장한 문구다. 현재 미국 법무부가 대형 금융회사를 형사처분해야 할 경우 경제 타격을 우려해 아예 기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사법 시스템에서조차 경제성을 따지는 시대다. 반대로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도 백도 없는 사람들의 범죄는 그야말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심판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가난을 자체로 범죄로 보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에는 약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격렬한 증오가, 다른 한편으로는 부자들을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비굴한 숭배가 넘쳐난다. 타이비는 이 현상의 원인을 '관료제'에서 찾고 있다. 그는 통제받지 않는 사법 시스템이 '갈수록 미친 말처럼 날뛰'면서 '새로운 진리'가 통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결국 이 미친 사회에서 개인은 누구든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에 늘 시달리게 된다. 과연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다른가? 54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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