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 병실문화 개선하라는 메르스 교훈 잊었나

입력 2015-09-04 01:00:05

북새통 병실문화로는 전염병에 속수무책

면회객 제한, 면회실 운영 등 개선 나서야

온 국민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던 메르스 사태가 종식된 지 한 달여 만에 '한국식 병실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법석을 떨다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어버리는 몹쓸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할 당시에는 무분별한 병문안 행태가 메르스 전파의 '숙주'라는 지적과 함께 병문안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확진자 186명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 환자 가족이나 문병객이 병실에서 감염된 경우가 64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대구의 대형병원들도 응급실 방문자 제한과 함께 병문안 시간 통제 등 면회객 단속에 나섰다. 이에 따라 보호자와 면회객들이 두서없이 북적이던 병실의 모습도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상 메르스 파동이 사라지자 대구에 있는 상당수 대형병원의 병실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병실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별나다. 특히 혈연'지연'학연에 대한 정이 두터운 대구경북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지 또는 지인이 입원하면 한두 번쯤 병문안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병원 측도 이를 당연시하다 보니 누구나 병실을 수시로 출입하며 음식물을 나눠 먹었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 대한 통제도 없었다. 응급환자와 보호자에다 문병객들까지 뒤섞여 북새통을 이루는 응급실은 더욱 심했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구의 종합병원들도 메르스 사태라는 홍역을 치르고서야 환자 면회와 응급실 출입 제한을 강화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내 처음으로 병원 내 면회실을 마련하는 등 병실문화 개선에 앞장선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가 좋은 사례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 최대의 전쟁을 치른 삼성서울병원도 방문객 규제와 면회객 제한 등 간병문화 개선에 나섰다.

이제는 다른 병원들도 모두 병실문화 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메르스와 같이 전파 속도가 빠른 신종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감염을 부채질하는 우리의 후진적 병원 이용 문화는 빨리 고쳐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메르스 파동으로 경제적'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 것은 물론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된 뼈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잘못을 고치지 못한다면, 소를 잃고서야 마지못해 고치던 외양간마저 방치하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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