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두역류질환…감기는 아닌데 목이 간질간질

입력 2015-09-02 01:00:07

위산 역류해 인두 점막에 염증 발생…목에 뭐가 걸린 듯·잦은 '콜록콜록'

위산이 인·후두까지 올라오는 인후두역류질환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장기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위산이 인·후두까지 올라오는 인후두역류질환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장기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기름기 많은 음식·탄산음료 피해야

#식사 후 바로 눕는 생활습관도 문제

직장인 이모(38) 씨는 3개월 전부터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계속됐다. 숨을 쉬기 어렵거나 음식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꾸 목 안이 간질거리고 가끔 심한 기침을 하기도 했다. 목감기로 생각하고 감기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인두신경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목 안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물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 들거나 목 안이 조이는 듯한 불편감에 시달리는 경우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수개월 간 증상이 지속된다면 인두신경증이나 '인후두역류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모두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위장에 있어야 할 위산이 목 부위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게 원인이다.

◆목구멍까지 위산이 올라오는 인후두역류증

인후두역류증은 위장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를 거쳐 성대와 인·후두까지 올라와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인·후두는 자체 연동운동이나 중화효소 등 방어능력을 가진 식도와 달리 강한 산성인 위산에 굉장히 취약하다. 위산이 인·후두로 역류하면 성대와 아래쪽 인두의 점막을 자극한다.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목에 이상한 느낌을 받고, 식도의 연동 운동을 돕는 식도 입구 상부식도괄약근의 긴장이 계속돼 후두에 이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후두역류증이 나타나면 목이 꺼끌꺼끌하고 잔기침이 나며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입과 식도를 잇는 인·후두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목 뒤로 분비물이 넘어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코감기나 축농증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음식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만성 기침이나 가슴 통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위산 역류 질환인 역류성식도염과 달리 가슴 쓰림이나 신물 등의 증상이 없고, 갑자기 일어설 때나 낮에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점도 특징이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많고, 40∼60대에 흔한 점도 특징이다. 특히 임신부나 비만이거나 몸에 꽉 조이는 옷을 입는 경우에도 복부의 압력이 높아 위 내부의 위산이 역류하기 쉽다. 고혈압약이나 진정제, 기관지를 확장하는 천식약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목 안에 덩어리가 걸린 듯한 인두신경증

인두신경증은 목 안에 덩어리가 걸려 있거나 조이는 느낌이 계속되는 상태다. 뱉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침을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물을 마시면 증상이 다소 완화되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목 안이 건조한 느낌이나 가슴이 쓰리거나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편도 비대나 갑상선종, 목의 골 증식체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반면,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크기 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신경성'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두신경증이 히스테리 장애가 아닌 위액이나 가스, 담즙의 역류에 의하여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식사 후 신물과 트림이 올라오면 인·후두에 염증과 부종을 유발해 무언가 걸린 듯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후두 내시경과 24시간 산성도(pH) 검사, 식도촬영 등을 하면 위액이 인·후두 부위까지 올라오는 것이 확인된다. 식도의 운동장애나 식도염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다.

 

◆생활 습관 교정이 해법

인후두역류증은 후두 내시경이나 위 내시경, 식도 조영술, 식도 내압검사 또는 이중 탐침 24시간 산도 검사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내시경 검사로도 환자 중 상당수는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 인후두역류증을 확진할 수 있는 이중 탐침 24시간 산도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환자들의 불편도 크다.

따라서 최근에는 인후두역류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식이요법 등 생활방식을 개선하고, 식도 내 위산 역류를 막거나 완화시키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촉진제 등을 사용한다.

위산이나 위장으로 내려간 내용물이 다시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 교정이다. 과식이나 폭식을 하거나 기름기 많은 육류, 피자, 케이크 같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카페인이나 탄산음료도 식도의 괄약근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위산 역류의 원인이 된다. 흡연과 음주 역시 괄약근의 압력을 감소시키고 점막의 저항을 떨어뜨리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 바로 눕거나 잠자리에 들기 2,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감, 암에 대한 공포 등은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스스로 안정을 찾으면서, 취미생활과 운동을 하는 것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정규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개는 식생활 습관 교정 등을 통해 상태가 좋아지지만 그럼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위산 역류를 막거나 완화하는 약제나 위산 분비 자체를 줄이는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정규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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