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옷을 찾아서/ 정혜주 지음/ 하늘자연 펴냄
20세기 초 인류가 비행기를 만들고 처음 하늘 문을 두드릴 때, 여성에게는 감히 금기시됐던 하늘을 넘보고 날아올랐던 이가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이 본 하늘은 닫힌 식민지의 하늘이었다. 그는 죽음의 강을 건너서 스스로 날개옷을 지었고, 빼앗긴 하늘을 되찾기 위해 강철날개로 날아올랐다.
2005년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청연'이 개봉되면서 '누가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가?' 논란이 일었다. 권기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군비행대 양성 계획 아래 1924년 1월 윈난항공학교에 입교해 1925년 2월 졸업하고 'WING' 배지를 달았다. 1926년 4월에 중국 국민군 항공대 부비항원으로 임명됐고, 1927년 중일전쟁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박경원이 일본 다치가와 비행학교에 입학한 시기는 1926년 2월로, 1933년 일제의 만주국 건국 1주년 기념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을 하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사실 관계로 볼 때 권기옥의 비행이 박경원보다 2년 가까이 앞서는 데다, 1926년 당시 국내 신문들은 권기옥을 중국에 유일한, 조선 최초 여류 비행사로 지칭하고 있다. '최초' 논란이 인 것은 일제가 독립투사인 권기옥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지우고 박경원을 부각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권기옥은 1960년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비행기를 탄 것은 무슨 최초가 되기 위한 사치스러운 욕심에서가 아니었소. 오로지 일편단심 조국광복이라는 큰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내 청춘과 열정을 바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저자는 "이번 권기옥 평전 발간을 계기로 '최초' 논란이 마침표를 찍기를 바란다"고 덧붙엿다. 331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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