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무언의 소통

입력 2015-08-28 02:00:05

'20일 오후 서부전선 북한군 포격 도발, 우리 군 대응 사격, 민통선 마을 주민 대피 명령, 청와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개최….'

20일 오후 잇따라 벌어진 상황으로 청와대는 긴박해졌다.

북한군은 포격 도발 직후 우리 군에 전통문을 보냈다. 20일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라는 것. 22일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NSC 상임위를 직접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러다 진짜 (전쟁이) 터지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또 쏘겠어?" "을지프리덤가디언(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열리고 있는 기간인데…."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뒤섞인 말들이 오갔다.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병력을 전진 배치했다. 우리 군도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했다. 청와대는 물론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긴장에 휩싸였다.

다음 날인 21일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보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안도감이 퍼졌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북 잠수함과 군 병력의 이상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도발 징후가 나타나면서 긴장감은 숙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외교안보'정무'홍보수석실 등 유관 수석비서관실은 2교대 밤샘근무에 돌입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뻗치기'(상시대기)에 들어갔다.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한 남북 협상은 다음 날 새벽 4시 이후까지 계속되다 정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접촉을 진행했다. 쌍방은 사태 해결 방안과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는 짤막한 브리핑으로 가름했다. 언론 보도가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극도로 말을 아꼈다.

기자들은 청와대 춘추관뿐 아니라 협상 장소인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로에서 또 다른 '뻗치기'를 하고 있었다. 언론은 협상 결과에 대한 우려나 기대 등 크게 엇갈리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다 남북 접촉이 장시간 지속되면서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춘추관 기자들은 양측 협상이 4일째인 24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자정을 넘기면서 지친 모습이 역력해졌다. 드디어 다음 날 새벽,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이 대북 원칙론을 견지한 결과이면서도 모처럼 청와대-언론-국민 간 무언의 소통이 극적인 결과를 일궈낸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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