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은 1960, 70년대 정치인이자 야당 총재를 지낸 유진산이 쓴 말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란 단칼에 베는 것이 아니라 정적과의 대화와 타협에 있다'라며 정치 생물론을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하면서도 정권과 타협에 능해 많은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유진산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진산의 뜻과는 다르겠지만 '정치가 생물'이라는 뜻은 생물의 존재 목적인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생존을 위해 가장 쉽고 또한 잦게 하는 행위가 거짓말과 왜곡이다. 이 경향은 정권 유지나 정권 획득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됐을 때 대외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에 벌어진 두 가지 사례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한 남북의 충돌 위기를 수습하려고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이 한창일 때 북한 TV는 남한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짜깁기한 영상과 함께 전쟁에 대한 공포로 남한 주민이 생필품 사재기를 하고, 국외로 도망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공항이 북새통이라고 했다. 또, 예비군 소집을 피하려고 자해하는 이도 있다고 했다. 북한 전역에 전쟁 준비령이 내려진 터라 이 뉴스를 본 북한 주민은 당연히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추측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 여론을 호도하는 뉴스를 수없이 봤던 학습효과에 기인한다.
또 다른 사례는 미국에서 건너왔다. '어쨌든' 미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재벌출신 도널드 트럼프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은 미국에서) 막대한 돈을 벌지만, 미국은 군대를 한국에 보내고, 그들을 방어할 태세를 갖춘다. 우리는 얻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정도면,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이나 미군 주둔이 곧 미국의 국익과 직결된다는 것 정도는 알 터인데 이런 막말을 하는 것은 인기에 영합하려는 의도적인 왜곡이다. 무지해서 그렇다면 트럼프의 정치 감각은 대통령 후보감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모든 것들은 정치와 정치에서 파생한 권력욕에서 비롯한다. 한쪽은 정권 유지를 위해, 다른 한쪽은 정권을 잡기 위해 금방 드러날 거짓말이나 사실을 왜곡한다. 정치나 정치인의 폐해를 생각하면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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