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을 탐하다…『조선정벌』

입력 2015-08-22 01:00:05

요시다 쇼인·후쿠자와 유키치 등 침략정책 주도한 19인의 행적

조선정벌/이상각 지음/ 유리창 펴냄.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는 동안 조선 강제병탄, 3'1운동 탄압, 내선일체 추진, 조선인 징병, 창씨개명 등 일본이 조선에 행한 침략정책을 주도했던 19명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 19인의 행적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선 망국 과정과 일본의 침략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요시다 쇼인(1830∼1859)은 일본 조슈번(지금의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19세기 존왕양이론과 정한론의 기초를 닦고 설파했던 인물이다. '유수록'(幽囚錄)이라는 책을 통해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장했다.

유수록에는 '군함과 포대를 갖추고 홋카이도를 개척하고 캄차카와 오호츠크를 빼앗고, 오카나와와 조선을 정벌하여 북으로는 만주를 점령하고, 남으로는 타이완과 필리핀 루손 일대의 섬들을 노획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그는 1857년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는 학당을 열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훗날 일본 메이지유신의 주역이 되거나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에 서는 다카스기 신사쿠, 구사카 겐즈이, 이토 히로부미 등이 그의 제자다. 우익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요시다 쇼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는 일본의 최고액 화폐인 1만엔 지폐의 인물로 메이지 시대 사상가이자 교육자다. 그는 실학과 부국강병을 강조해 일본 내 자본주의 발달의 사상적 근거를 마련했다. 후쿠자와는 민주주의자인 동시에 제국주의자였으며, 한때 김옥균 박영효 등을 지원하여 갑신정변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나자 일본의 무력개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조선은 미개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 백성들은 완고하기 짝이 없으므로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진보를 도와주어야 한다.'

'조선인은 미개하고 오만하며 포악하다. 게다가 무기력하고 안목이 부족하므로, 조선 백성들의 이해득실을 논한다면 멸망, 즉 러시아나 영국의 백성이 되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조선은 썩은 유학자들의 소굴로, 국민은 노예처럼 살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조선침략이 곧 조선 민중해방, 문명전파라는 인식까지 갖게 되었다.

니토베 이나조(1862∼1933)는 일본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한쪽이 성하면 한쪽이 쇠하는 불편한 라이벌 관계로 보았다. 그러면서 한국을 정복의 대상, 속국으로 보았다.

'일본의 태양은 반도 왕국에서 가라앉으면 떠오르고, 그곳에서 떠오르면 또 가라앉는다. 어중간한 정복 시도는 이미 도요토미가 행한 바 있다. 그 이후 일본은 반도에 손을 댈 수 없었지만 동면 중이었을 때조차 조선이 속국이었다는 점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는 근거가 미약한 진구황후의 삼한 정벌과 임나일본부설을 사실인 양 떠들었으며, 조선이 일본에 파견한 통신사까지 '조선이 보낸 공물' 정도로 평가하는 궤변을 펼쳐 일본인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들 외에도 책은 일본의 근대화와 부흥을 이끌었으나 아시아에는 재앙을 초래했던 메이지 무쓰히토 천황, 줄기차게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 등장했던 일본인 주인공), '압록강에서 목욕하리라'고 외쳤던 낭인집단 흑룡회의 우두머리 우치다 료헤이, 조선 식민지 무단통치의 주역 데라우치 마사타케, 일본 역사의 큰 위인이자 조선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동아시아 침략의 선봉으로 '조선은 일본은 이익선이다'라고 말했던 야마가타 아리토모, 고종 독살의 배후이자 3'1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했던 하세가와 요시미치, 내선일체를 주장했던 미나미 지로 등을 다룬다.

한편 조선인을 사랑했으며, 조선인을 위해 죽어간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부록으로 싣고 있다. 조선막사발에 심취했던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인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가네코 후미코, 고통받는 조선 민중의 친구 후세 다쓰지, 아사카와 다쿠미 등이 대표적이다.

377쪽, 1만8천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