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은 순식간에 지나고 추운 날씨,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 다가왔을 때였다.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시민들이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계절이다. 평소 야외활동이나 야외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은 무척 추워진 날씨 탓에 활동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를 비롯한 119구급대원들은 여느 날과 다름 없이 3교대 야간근무에 출근해 교대점검 시간에 구급차량 및 구급장비에 관해 하나하나 점검 중이었다. 이날은 매섭게 추운 날씨라 더욱 진중하게 장비를 점검했다. 자동제세동기, 활력 징후 측정 장비, 수액세트 등 장비점검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출동대기 중 구급지령이 날아왔다. 상황실 수보요원은 신고자 위치와 환자 정보를 방송했고, 방송이 끝난 후 구급대 지령컴퓨터를 통해 신고자의 위치와 환자 정보가 전달돼 프린터로 출력되고 있었다. 신고 내용은 '집에 남편이 쓰러짐'으로 접보되었다.
늘 있는 출동이지만 오늘은 왠지 추운 날씨에 현장 활동이 걱정되었다. 구급차량에 구급대원 전원이 탑승하고,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신고자는 목소리가 많이 다급하고 흥분된 상태여서 신고자를 일단 진정시킨 이후에 비로소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파트 6층에 거주하는 65세 남성으로 일상생활 중 급작스러운 의식장애가 와 거동이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환자의 병력과 과거력을 물어보던 중 당뇨 질병이 있다는 걸 알고 구급장비 중 측정 장비와 저혈당 환자에게 필요한 수액세트 가방을 가지고 현장으로 올라갔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환자 상태와 활력 징후 등 전반적인 환자 상태를 확인하던 중 환자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고, 혈당 수치가 32㎎/㎗로 나타났다. 가족들은 "평소 당뇨 질병 환자였지만 오늘처럼 의식을 잃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구급대원은 과거력과 환자 상태 및 측정 장비 결과로 보아 저혈당이라고 추정했고, 속히 의료지도를 요청했다. 능숙한 구급대원이 정맥로 확보를 통해 포도당 주입을 준비하고 보호자에게 충분히 상황을 설명한 후 응급처치를 시작하고 이송을 준비했다. 다행히 이송 중에 저혈당에서 정상 혈당으로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의식은 점차 회복됐고 구급차는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우리는 병원 의료진에게 현장상황 및 응급처치, 환자의 과거병력 내용까지 전달한 후 보호자(부인)를 안심시킨 뒤 귀소했다.
그 후 하루 뒤 새벽 시간대인 오전 3시쯤, 다시 구급출동 지령을 받아 출동한 곳은 지난번 출동했던 저혈당 의식저하 환자였다. 무척이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보호자에게 하루 전 병원 진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환자 평가를 실시했다. 몸이 차고 축축한 상태로 의식은 전날보다 더욱 심각하게 반응이 느린 상태였다. 하루 만에 다시 저혈당으로 인한 응급상태가 된 것이다. 다시 정맥로 확보를 통해 포도당을 주입하고 이송이 시작되었고,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의식은 점차 회복되어 보호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의식이 명료하지는 않지만 환자는 "내가 어제처럼 또 쓰러진 거야?"라고 보호자와 대화 중이었다. 구급차가 병원에 막 도착해 응급실로 이동, 병원 의료진에게 "평소 당뇨병 환자로 어제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셨고 현장에서 정맥로 확보하여 50% 포도당을 투여했다"고 말한 뒤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했다. 또 보호자에게 환자의 빠른 쾌유를 빌며 따뜻한 마음으로 저혈당 환자에 관한 증상 및 예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전국에 당뇨병 환자는 약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계절 중 하나가 바로 겨울이다. 특히 저혈당증은 방치하게 되면 단기간에 뇌에 손상을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거나 평소 당뇨를 앓고 있다면 빠른 치료와 원인 감별이 필요하므로 119신고와 병원 진료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저혈당증을 앓은 경력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항상 저혈당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의식이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당분이 있는 간식을 상비하고 있어야 한다.
저혈당증도 당뇨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고 치료법이다. 생활방식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당뇨약만 챙겨 먹지 말고, 공복상태에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저혈당은 소리 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당뇨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당뇨가 있다는 것을 평소에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저혈당 쇼크가 왔을 때 신속히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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