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공직에서 은퇴한 63세 여성입니다. 1년 전부터 교제해온 동갑내기 남자 분에게 청혼을 받았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에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과 폭력 때문에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 후 혼자서 남매를 양육하느라 정신없이 직장생활을 했고 젊은 시절을 아이들만 바라보며 지내왔습니다. 다행히 남매도 이제는 자기들 앞가림을 할 나이가 되었고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이들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직장에만 몰두하다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공직생활도 마무리하고 나니 상실감, 외로움과 함께 젊은 시절의 회한이 몰려오더군요. 허전함도 달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가지고 싶어 취미클럽 동호회를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마음이 통하는 남자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 또한 사별하여 혼자가 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운동신경이 둔한 저를 잘 끌어 주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모습이 전 남편에게서 느껴 보지 못한 부분이라 더욱 끌렸던 것 같습니다.
이혼 후 지금껏 남자를 만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아이들 돌보고 직장생활 하느라 마음의 여유도 없어 이혼 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건 처음입니다. 취미 활동도 같이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만난 지 1년 정도 돼서 갑자기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자고 청혼을 하여 고민입니다. 이혼 후 거의 25년을 혼자 살아와서 누군가와 같이 생활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초혼의 실패라는 굴레가 60을 넘은 저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결혼하지 않고 지금처럼 자유롭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여 굳이 결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과 이혼 후 수십 년을 자녀들 양육과 직장생활로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을 것 같네요. 그동안 삶의 팍팍함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은퇴로 인한 상실감과 자녀들을 떠나보낸 허전함과 소외감도 있겠지만 오랜 직장생활에서 해방되었고 자녀들에 대한 부담에서도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을 축복의 시간으로 인식하면서 낯선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느끼시면서 아름답게 보내시는 것 같네요.
그런데 지금 만나는 남성분이 결혼을 원하셔서 고민이 되시는 거군요. 하지만 내담자분은 지난 결혼생활에서의 기억과 오랫동안 혼자서 생활해 온 것에 큰 불편함이 없어 결혼보다는 지금처럼 연인으로 지내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는 관계를 지속하시고 싶어 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63세의 나이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황혼의 이성교제나 재혼은 타인과의 친밀한 인간관계의 회복이며 자신만의 외로운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합니다. 특히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는 지금은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홀로된 경우는 건강하고 성공적인 노후를 위해 더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노인들이 배우자와의 사별과 자녀의 독립으로 심리적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성교제와 재혼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볼 때 내담자분이 좋아하는 그분 또한 사별로 혼자가 되셨고 마음에 드는 여성분을 만났으니 결혼을 원하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황혼기에 혼자가 된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에게는 다른 의미라 남성 쪽에서 더욱 재혼을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홀로된 노인의 이성교제나 재혼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남성 노인이 여성 노인에 비해 이성교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학력이 높고, 재정 상태가 좋으며, 건강 상태가 좋을수록 실제로 이성교제의 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혼 또한 남성 노인에 비해 여성 노인의 재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로 남성의 경우 재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상태나 상속 문제, 여성의 경우는 자녀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내담자분은 그동안 혼자서도 잘 살아오셨고 노년에 여성으로서 결혼생활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낯섦, 초혼 실패로 인한 두려움에서 오는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감, 결혼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감 등이 결혼을 결심하는 데 걸림돌이 된 듯합니다.
재혼이든 결혼이든 아직은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결혼생활에서 감당해야 하는 과제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삶의 늘그막에 남편 수발 드는 것을 귀찮아하는 여성들의 우스갯소리들이 회자되기도 합니다.
내담자에게 결혼이든 연인 관계로 지내든 몇 가지를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점검과 상대분과의 관계에 대한 점검입니다. 첫째, 스스로에 대한 점검은 결혼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것입니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결혼은 새로운 관계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이혼한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초혼의 실패로 인한 결혼의 두려움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좋은 감정이든 불안한 감정이든 정서적으로 완전한 분리가 필요합니다. 두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초혼의 실패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만 온전히 두 사람만의 새롭고 건강한 관계로 출발이 가능합니다. 둘째, 두 분이 함께 진정으로 가족이 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지를 점검하시길 바랍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 관계들이 발생합니다.
재혼은 더욱더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 놓이게 되며 때로는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대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고 또한 재혼을 원하는 상대의 마음과 재혼보다는 연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면서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나를 어떠한 관계로 가져가고자 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남은 삶을 후회 없이 건강하고 성공적으로 보내는 출발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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