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알짜땅 다 가진 '롯데 영토 야욕'…목 좋은 곳마다 건설·유통 확장

입력 2015-08-18 01:00:00

지역 금융 이용·제품 매입 인색

골육상쟁 왕자의 난으로 재벌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롯데그룹에 대한 지역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대구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건설뿐 아니라 유통 분야에서도 롯데의 영토 확장이 두드러진 곳이었지만 정작 온갖 혜택을 입은 대기업 롯데의 지역 기여도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롯데의 성지라면 '대구는 롯데의 왕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구는 이른바 '롯데 천하'다. 2003년 대구역사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오고 이듬해 롯데백화점 상인점이 문을 열었다. 이어 이시아폴리스 롯데몰, 율하 롯데쇼핑프라자 등을 개점하면서 단숨에 지역 최대의 유통업체로 발돋움했다. 이때 대구시와 깊은 인연이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올 초엔 수성의료지구 유통상업지구(7만6천여㎡, 2만3천여 평)를 낙찰받아 유통 영토를 더욱 넓혔다. 이곳은 이시아폴리스 롯데몰(2만9천여㎡, 약 8천800평)의 3배 규모다.

롯데의 영토 야욕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침산동 롯데마트 입점을 대구시에서 반려하자 소송도 불사했다. 롯데는 포항에서도 롯데마트 입점이 여의치 않자 법원을 찾았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건설 분야에서도 롯데의 질주는 이어졌다. 2000년대 초 한강 이남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수성구 황금동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4천300가구) 사업을 따냈고, 범어동 및 용산동 롯데캐슬뿐 아니라 입주 중인 수성1가 롯데캐슬 더 퍼스트 등 대구의 목 좋은 곳마다 롯데 아파트가 솟아 있다.

그간 지역 기부에 인색했던 롯데의 행보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대구시가 지난해 지역금융 이용과 제품 매입, 용역 발주, 지역업체 입점, 인력 고용, 영업이익 사회 환원 6개 분야에서 대기업 유통업체별 실적을 평가한 '2014년도 지역기여도'에 따르면 롯데의 지역기여도는 전년보다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은 한 해 4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지만 직원 급여이체가 전년도 36.1%에서 14.2%로 낮아졌고, 사회환원 역시 3억8천300만원에서 2억690만원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용역 발주(98.7%→93.8%), 지역업체 입점(83→76개) 등에서도 지역기여도가 줄어들었다.

한편 롯데그룹 왕자의 난 과정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란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그룹 주총은 롯데가 일본 기업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시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에서 매출 95% 올린다며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정규직을 대폭 줄이는 등 상생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유통뿐 아니라 건설 분야에서도 그야말로 '롯데판'인 대구의 상황도 그와 별반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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