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뭐 하는 회사지?" "그러니까 껌과 과자(제과), 그리고 물(칠성), 방(房) 장사(호텔)하고 잡화 파는 곳(쇼핑)이라던데." "다른 회사는?" "건설사도 있지." "롯데는 무슨 말이지?" "회장이 좋아하던 책 속 여자 주인공 이름이라지." 1980년대 중반 취업 진로를 두고 고민할 즈음, 입사원서 쓰기 전에 입사 회사 성격에 대해 귀동냥하던 시절 주워들은 30년쯤 전 이야기다.
뒷날 롯데를 좀 더 가까이서 알 기회가 왔다. 창업주는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문학도 신격호란 인물이었다.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뒤 한국에 진출한 기업가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근무했다. 취업 때 일어 능통자는 따로 골랐다. '롯데'의 작명에 얽힌 낭만적인 사연도 들었다. 독일작가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여성인 '샤로테'(Charlotte)에서 땄다. 회사 로고의 의미도 알았다. 영어 알파벳 'L'자(字) 3개를 겹친 로고는 '사랑'(Love), '자유'(Liberty), '풍요로운 삶'(Life)을 뜻했다. 문학도인 창업주다운 발상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마저 풍겼다.
그 롯데가 골육상쟁(骨肉相爭)이다. 신격호 창업주와 차남 간, 장남과 차남 간 상잔(相殘)이 점입가경이다. 상호와 로고의 이미지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50년 역사의 '롯데 왕국'과 총괄회장 '1인 황제'의 가려진 민낯인가? 회사 권력과 재산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아귀다툼에 추잡한 옛 왕조의 권력 쟁탈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낡은 기업 경영 방식과 비정상적 지배 구조 등 연일 쏟아지는 어두운 이야기에 국민 속이 뒤집힐 판이다.
게다가 롯데 왕국의 축성(築城)에 얽힌 숱한 특혜성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뒷 담화를 듣고 보면 '권도'(權道)란 옛말이 떠오른다. 임기응변식 대처나 특수 상황에 맞는 처세 등을 뜻하는 권도는 쓰기에 따라 약도, 독도 된다. '상도'(常道)와 다른 면이다. 권도나 상도 중 무엇으로 롯데성을 쌓았는지 알 길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황제 지배도, 베일 경영도 안 된다. 그간 국민과 나라가 베푼 사랑과 배려를 생각하면 말이다. 롯데가 국민과 30만 종업원의 '사랑, 자유, 풍요로운 삶'을 위한 상도를 택할지, 또다시 권도로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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