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땀 흘리는 청년들] 쪽방 주민 상담 봉사 대학생들

입력 2015-08-08 01:00:00

"온몸에 흘러내리는 땀방울 더 힘겨운 분들도 있는걸요"

쪽방 주민 사례관리 상담 자원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구쪽방상담소에서 가져온 타월과 물티슈를 전해 드리기 좋게 정리하고 있다. 비록 해가 지는 오후 6시였지만 길거리의 열기는 식지 않아 뜨거운 온도를 견뎌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이화섭 기자
쪽방 주민 사례관리 상담 자원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대구쪽방상담소에서 가져온 타월과 물티슈를 전해 드리기 좋게 정리하고 있다. 비록 해가 지는 오후 6시였지만 길거리의 열기는 식지 않아 뜨거운 온도를 견뎌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이화섭 기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탓에 학생들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화섭 기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탓에 학생들의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화섭 기자
쪽방 주민 사례관리 상담 자원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쪽방 주민들을 만나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더운 쪽방 탓에 목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가방과 맞닿은 옷은 땀에 젖어갔다. 이화섭 기자
쪽방 주민 사례관리 상담 자원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쪽방 주민들을 만나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더운 쪽방 탓에 목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가방과 맞닿은 옷은 땀에 젖어갔다. 이화섭 기자
쪽방이 있는 여인숙 건물 1층에서 쪽방 거주민들에게 나눠줄 타월과 물티슈를 챙기고 있는 학생들. 이화섭 기자
쪽방이 있는 여인숙 건물 1층에서 쪽방 거주민들에게 나눠줄 타월과 물티슈를 챙기고 있는 학생들. 이화섭 기자

"올해 여름도 더웠지만 쪽방 안은 훨씬 더 더웠어요. 그 안에서 힘겹게 여름을 나는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조차 갖추지 못한 채 더위와 싸우고 있는 쪽방 거주민들을 돕기 위해 대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더위에 짜증이 날 만도 했을 텐데 이들은 서류철을 부채 삼아 연신 흐르는 땀을 식혀가며 쪽방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차근히 들어주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해나갔다.

지난 4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 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소장과 쪽방무료진료소 박남건 팀장, 그리고 5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쪽방 주민 사례관리 상담 자원봉사를 위해 모인 대학생들은 북성로의 쪽방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담에 들어가기 전 이들은 쪽방 거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수건과 물티슈를 정리했다. 잠깐 움직이기만 해도 땀이 맺힐 듯한 날씨임에도 이들은 오히려 새 수건에 자신들의 땀이 튈까 걱정했다.

자원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손에는 서류철이 있었다. 쪽방 거주민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말하는 힘들고 어려운 점, 원하는 바를 기록하기 위한 상담일지였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일주일에 1, 2회 정도 쪽방촌에 들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복선희(21) 씨는 "많은 봉사활동을 해 봤지만 직접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를 할 기회가 흔치 않다"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복 씨 이외에도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예전부터 남을 돕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방학 때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오던 학생들이었다.

수건과 물티슈를 모두 챙긴 학생들은 미로 같은 쪽방촌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거주민들을 만났다. 쪽방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의 구조상 환기나 통풍이 쉽지 않고, 좁은 방에서 취사까지 해야 하는 경우에는 취사도구의 열기에 바깥보다 더 더워지는 경우도 많다. 쪽방의 더위와 답답한 공기에 등은 땀으로 젖어가고 얼굴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학생들은 거주민들을 만나는 동안 상냥함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학생들은 "많이 더우시죠, 식사는 잘하고 계세요? 어디 아픈 데는 없으세요?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라고 쪽방 주민들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체크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물어보고 확인하는 이유는 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들도 맨 처음에는 거주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김보연(21) 씨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고 쪽방의 더위와도 싸워야 해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르신들과 정도 들기 시작했다고. 일부 쪽방 거주민들은 힘든 자신의 처지를 학생들에게 하소연하기도 하고 더러는 불합리한 제도 등으로 피해를 본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한다. 그래도 학생들은 묵묵히 들어주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주민들을 달랜다. 김기진(20) 씨는 "병을 앓고 계시는데도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으시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다. 하지만 다 해 드릴 수 없어 안타까웠던 적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이날 상담 자원봉사는 8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김민규(20) 씨는 "시 쓰기를 좋아하는데 쪽방 거주민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이런저런 감정들이나 생각들이 앞으로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며 "이번 여름에 땀 흘리며 쪽방촌을 돌아다녔던 것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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