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은 삶을 포근하게 만들어 줬다. 힘들 땐 와룡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듯 고향은 신비한 힘을 가졌다. 내 고향은 대구 서구다. 학창시절을 모두 여기서 보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고사가 있듯 고향은 세월이 흘러도 늘 생각나는 소중한 존재다. 대구에서 고향 이야기가 우스꽝스럽지만 잊지 못할 추억들과 좋은 주거환경의 기회를 날려버린 대구시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대로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는 소로에다 아스팔트도 겨우 3분의 2 정도만 포장된 신작로였다. 반고개를 지나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서 우측의 감삼못은 내 삶의 뿌리였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니 공부했던 기억은 별로 나지 않고 헤엄치기와 종일 스케이트 탔던 생각만 떠오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늦은 귀가로 애타게 기다리는 어머니께 혼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추억이 쌓인 장소는 산업화 개발논리에 밀려 달성고등학교와 아파트단지로 꽉 찼다. 도시 개발 전 서구지역에는 몇 개의 저수지가 있었다. 감삼못을 비롯해 평리동과 외갓집이 있던 중리동에 속칭 도구말못, 밀당못, 갈벵이못 등 크고 작은 못이 대여섯 개가 있었다. 이를 자연호수로 개발했으면 서대구산단과 함께 쾌적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과 함께 수성못이 시민의 휴식처로 인파가 몰린다는 보도를 보며 많은 아쉬움을 갖는다. 인공호수를 만들어서라도 휴식처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세계적 추세로 후세대의 유산이며 그 도시의 자산이다. 1970년대 이 지역은 3공단과 더불어 서대구산단이 조성되면서 대구의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동감이 넘친 도시였다. 1988년 달서구가 분구될 때 일부 동(洞)을 떼어 줄 만큼 구세(區勢)가 탄탄했다. 그 옛날 영광은 간데없고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된 지도 오래다.
서구를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이 되어야 한다. 지역별 격차해소를 위해서도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구미와 칠곡, 대구, 경산을 잇는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된다고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이 철도망이 구축되면 대구경북 남부권이 단일 교통망으로 연결돼 그 효과는 330만 명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구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은 서대구역 건립이었다. 동대구역까지 멀기도 하지만 서구지역의 발전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서대구역이 생김으로써 숙원사업인 서대구역사 건립도 한층 더 가까워져 온 듯하다. 그동안 낙후되고 꺼렸던 서부지역에 대한 교통 불편도 해소될 뿐 아니라 새로운 거대 통근 권역이 탄생될 것이고, 더불어 노후화된 서대구산단의 재생사업의 추진과 도심재생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서대구역 건립은 선거철만 되면 단골메뉴로 선거공약의 으뜸이었다. 유권자들의 기대와 희망은 모두 도루묵이었다. 그간 후보자들이 줄잡아 대여섯 번은 우려먹은 것 같다. 이제부턴 서구지역의 발전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고 대구의 민심을 얻은 권영진 시장에게 희망을 가져본다. 보도를 보니 시정을 챙기느라 점심도 제때 못 먹고 오후 늦게 라면으로 때운다고 한다. 시장직을 맡은 지 겨우 일 년이 지났지만 지역발전의 기대감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숙원사업인 서대구역사를 서대구KTX역사 건립으로 추진하고 있다. 절호의 기회이다. 여타 사업들도 반드시 성취되도록 서구 주민은 물론 250만 대구시민의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 서부지역과 나아가 대구의 미래를 여는 성장 동력으로 발전을 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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