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 활동은 대구 교육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책 쓰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계기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2009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만여 명의 학생 저자를 탄생시켰다. 전국적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2월에는 대구에서 '전국 책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24일에는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2015 학생 저자 책 출판 기념회'가 개최됐다. 이번에 출판된 학생 저자의 책은 모두 30권. 지난해 책 축제에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글을 모은 것이다. 매일신문사 출판부를 통해 책을 펴낸 6개 학교의 책 내용과 학생들을 소개한다.
◆우리들이 비벼 쓴 비빔밥(동도초등학교)
지난해 동도초교 5학년이던 학생 22명이 쓴 글을 담은 책이다. 김예원, 서민주, 신성, 정세연, 강명건, 김이언, 양성욱, 이가윤, 백지민, 이혜원, 정아현, 조승미, 공준영, 김범기, 박동재, 김연우, 남서형, 신정연, 차현주, 박수연, 이세은, 이예원 학생이 그들이다. 이 학생들은 각자 자기 글 앞에 넣을 표지 삽화까지 그렸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다룬 글(남서형의 '천천히! 천천히!')부터 판타지 소설(김이언의 '용의 왕, 렉스', 신정연의 '순환하는 세계의 레퀴엠' 등)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실려 있다.
학생들을 지도한 오아름 교사는 "학생들이 글쓰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주제를 잡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글에 점점 살이 붙어가더니 어느새 책을 엮어냈다"며 "책 쓰기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크고 빛나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우리들의 공책(공산중학교)
유승연 학생이 쓴 2개의 글 '우리의 꿈을 찾아서'와 '보연아 고마워'를 비롯해 ▷시집(詩集)(황혜원) ▷민수와 함께(조민수) ▷나의 작은 친구(김효정) ▷운명(조수미) ▷The chosen one(민병채) ▷DESERT(하동완) ▷전설이 예언한 영웅(조정희) 등 8개의 글이 담겼다. 책 쓰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시를 쓰며 감수성이 더 풍부해지기도 하고, 시대소설을 쓰기 위해 역사 공부를 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취미를 소재로 한 글, 또래의 고민을 솔직히 풀어낸 작품도 실렸다.
책 쓰기 동아리 '책사랑반'을 담당한 이혜진 교사는 "매주 금요일 한 주 동안 써온 내용을 함께 검토하면서 책 쓰기에 열의를 보인 끝에 결실을 봤다"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열심히 읽으면서 글을 써 담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또 한 번 자랐다"고 했다.
◆우리들의 치유책(성화중학교)
이 책에 담긴 소설은 모두 4편이다. 'P의 네버랜드'는 최세영 학생이 피터팬을 비롯해 다양한 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 김은경 학생은 'The People'이라는 소설에서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과 군인이 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손유진 학생의 'In Heaven'은 스토킹 등 병적으로 사랑에 집착하는 이야기다. 김민서 학생은 '다시 찾은 그녀'에서 옛 사랑을 찾아 헤매는 남자와 아픔이 많은 남녀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했다.
성화중 책 쓰기 동아리 '치유책'을 지도하는 조혜윤 교사는 "학생들이 현실 속에서 표현하려고 했지만 쉽사리 풀어낼 수 없었던 것들이 글 속에 녹아 있다"며 "글을 통해 현실에선 허용되지 못할 일들을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그만큼 더 자유로워지고 마음도 치유됐을 것"이라고 했다.
◆글나래 꿈꾸는 중(中)(중리중학교)
중리중 책 쓰기 동아리 '글나래' 회원들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책에 담아냈다. 김지명 학생과 정현지 학생은 시를 썼고 박문영 학생은 수필(시간의 의미), 정가영 학생은 소설(Lost Child)을 완성했다. 기존 문학 작품을 이용해 글을 써내기도 했다. 조아현 학생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 홍유빈 학생은 최은숙 시인의 '맞선본 날', 정소현 학생은 이혜영 시인의 '국어시간에', 김지명 학생은 이봉직 시인의 '웃는 기와', 심혜선 학생은 정현종 시인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이라는 시에서 각각 영감을 얻은 뒤 그 시와 같은 제목의 단편소설을 썼다. 심희성 학생의 '인어 공주, 그 뒤에 숨겨진'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한 동화다. 책의 표지 그림은 정하연 학생이 맡았다.
이들을 지도한 김경은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아홉-그 넘칠 듯 찰랑이는(오성중학교)
이 소설집에는 13명의 소년들이 다양하게 풀어낸 13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고은결의 'Near to moon'을 비롯해 ▷나에게 소중한 것(권민철) ▷검은 대양(김도형) ▷미련(김우찬) ▷푸른 바다(김준성) ▷Vanishing(김준식) ▷연못(김태근) ▷맑은 하늘(박병현) ▷특별한 교사 이야기(박성욱) ▷기자(송진현) ▷백일초(이상원) ▷선생님의 만원(주상환) ▷축구부에서의 살인사건(홍재백) 등이 그것이다.
책 쓰기 활동을 담당한 서혜진 교사는 "아홉은 아직 가득 차지 않은 희망의 숫자이자 미래의 꿈과 가능성이 담긴 숫자여서 좌충우돌하는 사춘기 소년들의 특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책 제목을 '아홉'으로 정한 것"이라며 "글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경이롭고 아름다웠다"고 했다.
◆괜찮아? 괜찮아!(성산고등학교)
성산고의 책 쓰기 동아리 몽쉘(夢share-꿈을 공유하는 아이들) 소속 학생들이 펴낸 포토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 담긴 글은 ▷살고 싶은 하루(장진혁) ▷숨겨진 일상(이진석) ▷판도라의 회상(한승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필름(이혜경) ▷그래, 이건 다 추억이야(최예원) ▷슬픈 추억이 담긴 카메라(서화연) 등 6편이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의문, 가족과의 소통, 왕따 경험 등 성장 과정에서 마음속에 담아뒀던 상처 등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학생들의 글을 엮어 책으로 펴낸 김은숙 교사는 "책 쓰기는 마음속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응어리를 풀어지게 하고, 깨끗한 백지와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작업"이라며 "이 책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면서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묻고, '괜찮아!'라고 답한 과정을 담았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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