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료 지하철 승차의 유료화, 다음 세대 위한 배려다

입력 2015-07-24 01:00:00

대구시가 도시철도 무료 탑승자인 만 65세 이상 승객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돈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과 소득 등 안정된 수입으로 무료 승차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유료 승차를 희망하는 승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들 유료 탑승객이 낸 요금을 '청년희망펀드' 등으로 별도 관리해 청년 일자리 기금과 같은 대구의 미래 세대를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이 시도는 대구가 처음이다.

대구도시철도는 지난 1998년 1호선, 2005년 2호선, 올 4월 3호선을 개통했다. 누적 부채는 4천600여억원에 이른다. 3호선을 뺀 두 도시철도의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895억원이다. 최고 1천600억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3호선 개통으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1, 2호선 이용 승객은 연 1억3천384만 명이다. 23%인 3천108만 명은 무임이다. 무임승차의 80%인 2천476만 명이 만 65세 이상 경로우대 승객이고 나머지는 국가유공자 등의 승객이다.

대구시가 전액 부담하는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도 연간 341억원이다. 경로우대 승객으로 인한 비용은 273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대구도시철도 무료 탑승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는 대구의 미래세대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무료 승객 스스로 이런 부담을 덜어주자는 분위기가 시민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과 불안한 미래 등으로 고통받는 대구의 다음 세대를 위한 나눔과 배려, 희생의 고귀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역사에 면면히 이어오는 대구경북의 정신과도 통한다.

경로우대 승객의 10%만 돈을 내고 타도 연간 27억원 정도가 마련된다. 따라서 이를 대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를 위한 기금으로 쓰는 것은 마땅하다. 사실 대구 젊은이는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늙기' 어려운 현실적인 여건으로 대구를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어 21세기의 유목민이 되고 있다. 이런 대구 젊은이의 발길을 붙잡고 되돌리는 것은 그들에게 머물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일이다. 앞으로 조성될 기금이 그 희망의 싹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시도가 노인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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