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 <1>지방자치의 현주소

입력 2015-07-24 01:00:00

지방 사무 75% 중앙 행정 '新중앙집권화'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는 현장소통시장실, 시민원탁회의, 구'군과의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매일신문 DB

1995년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이후 4년마다 지방정부가 꾸려졌고, 지난해 7월엔 민선 6번째 지방정부가 출범했다. 이처럼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무늬만 지방자치'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인사, 입법 등 모든 게 중앙에 집중돼 있다 보니 지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어디까지 왔고, 지방자치 시행 후 달라진 건 뭔지 짚어본다.

◆반쪽짜리 지방자치

지난 20년간 지방자치의 역량과 대시민 행정서비스 질은 향상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자치 권한이 이양되지 않아 제대로 된 지방분권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지방의 특성을 살린 지방자치 경영과 다양성 추구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수도권)은 '비만증', 지방은 '영양실조'에 걸려 둘 다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고, 최근 들어선 '지방자치의 위기'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수입 계속 줄어드는데다 불가피한 복지예산 등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이 벼랑 끝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신중앙집권화

지방자치 시행 20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분권을 시도했지만 지금도 권력 구조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대부분의 권력 수단과 재원, 인력은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특히 지방재정의 악화로 중앙정부 재정의존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지방자치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지방의 자율예산은 10% 미만인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복지예산 및 국고보조금 사업이 갈수록 늘면서 지방재정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복지비 때문에 도로'공원'녹지 예산이 줄고, 신규 사업마저 포기해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오히려 '신중앙집권화'가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복지비 등은 지방 재정부담을 유발하는 정책 결정인데도 지방과 협의 없이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면 지방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전국 지방예산 중 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13조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3배나 증가했는데, 대구의 경우 올해 시 일반 예산의 35.5%, 구'군 예산의 56.6%를 복지비가 차지하고 있다. 또 지방정부의 국고보조금 사업 경우도 2005년 15조원에서 지난해 37조원으로 2.5배나 증가했고, 지방재정자립도는 2005년 56.2%에서 지난해 44.8%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정부 사무의 75%가 중앙행정

중앙과 지방의 사무 배분 비율도 지방자치 시행 전에 비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주민 참여, 즉 주민참여 예산제,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의 여러 제도가 있지만 참여도가 낮고 무관심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지방정부의 행정사무 중 중앙정부 사무가 75%나 차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무는 25%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의 살림을 담당할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을 지역 주민의 손으로 뽑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로 한층 풍성해진 민주주의

비록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지방자치 시행으로 발전하고 향상된 것들도 적잖다. 먼저 지방자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한 지방공직자 선출을 통해 주민의 정치적 참여가 늘어나고 주민 위상이 높아졌다. 지방자치 시행으로 지역 주민의 참여 및 요구가 많아지면서 지방행정의 다양성과 책임성이 강화됐다. 민선 2, 3기를 거치면서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주민조례 제정청구권, 주민투표 등이 도입됐고,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지방이양촉진법도 시행했다. 민선 4기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등 지방분권 실험으로 행정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고, 행정수도 이전 및 특례에 의한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로 지역균형발전이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지방과 중앙부처 간 협력도 증대됐다. 지방선거를 통해 여당의 당대표, 국회의원, 장관 등 국가 고위층이 자치단체장으로 대거 이동, 지방정부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다.

◆대구의 지방자치는 어디까지 왔나

대구시는 현장소통시장실, 시민원탁회의, 주민참여 예산제, 개혁시민위원회 등 시민과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정자치, 대구형 협치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는 대구를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균형발전이 선결 과제로 보고 구청장'군수와의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는 등 시와 구'군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대구의 미래비전을 종합적으로 담을 2030도시계획도 시민참여단 및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통해 시민이 주도하는 상향식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신암 및 평리지구 뉴타운 시범사업을 통해 도심재생의 모델로 삼는 한편 KTX 서대구역사 건립,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도시 재정비사업, 3공단, 서대구산단 등 노후산단 재생사업을 추진, 낙후지역의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구와 남구 등에 대해 추가적인 자원 배분과 함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감과 함께 지역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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