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피터팬'들, 추억 접고 칠하고 힐링

입력 2015-07-22 05:00:00

치열한 경쟁에 지친 2030, 유년시절 놀이서 위안 찾기

최근 방송에 다시 나와 2030세대에게 유년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최근 방송에 다시 나와 2030세대에게 유년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 MBC TV 방송화면

'색칠공부와 종이접기에 빠진 어른들'.

20, 30대 중에서 어린 시절에 즐겨 했던 색칠공부나 종이접기, 애니메이션 등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과거로 되돌아가 위안을 삼으려는 일종의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다.

출판업계는 '컬러링북' 열풍이 거세다. 선으로 밑그림만 그려진 도안에 자신이 원하는 재료로 색을 채워가는 색칠공부와 비슷하다. 인터파크 도서에 따르면 올 1~5월 컬러링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6%나 성장했다. 출간된 컬러링북의 종류도 126% 늘었다. 컬러링북 구매 대상은 주로 20~40대 젊은 고객들이며 그중에서도 3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

직장인 이현경(33) 씨는 "직장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집에 와서 컬러링북을 칠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주로 나무나 꽃처럼 자연적인 주제의 컬러링북을 사서 하루 1시간 정도 색칠을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일명 '종이접기 아저씨'로 불리던 김영만 씨가 출연하면서 종이접기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980, 90년대 각종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는 당시 유년시절을 보낸 20, 30대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 씨가 예전처럼 시청자들을 '어린이 여러분'이라고 부르는 모습에 눈물짓고, 그가 TV에서 만들었던 작품을 재현해 SNS에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 따르면 해당 방송 이후 색종이 판매는 3배 이상 증가했고, 가위와 풀, 색연필 등도 덩달아 40~90%가량 판매가 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어른들도 많다. 21일까지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이른바 '어른 만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공감하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라일리'라는 소녀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감정이 의인화돼 등장하고, 소녀가 크면서 점차 화낼 일이 많아지고 슬픔을 알게 되면서 어릴 적 기억도 사라진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성한기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어렵고, 취업해도 경쟁이 심한 2030세대들이 즐거웠던 과거로 눈을 돌리려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다. 어린 시절의 취미나 기억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위안을 얻으려는 수준"이라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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