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무조건 보호해서도 적대시해서도 안 될 일

입력 2015-07-20 05:00:00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에서 해킹 소프트웨어(RSC)를 구입해 민간인 사찰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국정원 담당 업무 직원의 자살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유가족의 동의로 19일 공개된 유서에서 이 직원은 "국정원 전산에 기록된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면서도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는 현재로선 '주장'에 그친다. 그러나 삭제된 자료는 100% 복구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현장 조사에서 진실 여부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접근의 차단이다.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기관이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했는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밀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의 특수성 또한 존중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한 건' 하겠다는 유혹에 국정원의 활동과 정보 역량을 노출시키는, 이적(利敵) 행위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국정원에 대한 현장 조사와 조사 결과 공개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정보위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차분히 조사에 임하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풀려 국정원을 '빅 브러더'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는 정략적 접근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정원이 해외'대북 정보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18개 회선을 돌려쓰면 수천~수만 명을 해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탈리아 해킹팀 유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 인터넷 IP 주소 138개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들이다.

이러한 자세는 국정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 마치 국정원이 대북 감시 활동을 핑계로 전방위적으로 국민을 감시하는 기관으로 비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을 무조건 감싸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적대시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위의 조사는 이런 양극단을 버리고 냉철하게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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