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의 장기 기증 문화, 시민의식으로 개선하자

입력 2015-07-17 05:00:00

중증 질환자의 새 삶 여는 숭고한 이타행

의료 기관의 노력과 시민 의식 바뀌어야

생명을 나누는 장기 기증 문화가 대구에서 유독 저조하다. 대구의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천700여 명에서 6천300여 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들어 4천494명으로 뚝 떨어졌다. 부산(9천855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는 6월 말 현재 2천346명이 등록했다. 인구 1천 명당 장기 기증 희망자 수도 2.52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한 7개 대도시 가운데 5위에 머물렀다.

장기 기증 희망이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매우 낮다. 2010년부터 5년간 장기 기증 희망자는 2만5천 명을 넘었지만, 실제 기증으로 연결된 경우는 72명으로 전체의 3%에도 못 미쳤다. 장기 기증 문화가 이렇게 걸음마 단계인 것은 대구 특유의 보수적인 정서 때문이다. 유교적인 관념이 많이 남아있는 시민들에게 가족의 '신체 훼손'이라는 거부감이 장기 기증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장기 기증 전문가나 코디네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성향은 대구 사람이 특히 강하다고 한다. 뇌사 추정 가족이 장기 기증에 대한 설명에 아예 손사래를 치는 것은 물론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진료 의사가 권유해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장기 기증자의 가족조차 그 사실을 숨기는가 하면, 장기 기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사람도 수혜 사실을 감추려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장기 기증은 숭고한 이타행(利他行)이다. 소중한 신체의 일부를 나누는 세상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배려이자 선물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중증 질환자가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이자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대구에서 장기를 이식한 건수는 135건이지만, 이식 대기자는 150명에 이르러 많이 모자란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 장기매매가 활개를 치고, 중국 등 해외에서 편법 시술을 받는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 죽음의 문턱에서 장기 이식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환자들은 미래의 나 자신이거나 내 가족일 수도 있다. 선진국은 물론 타 도시에 비해서도 부끄러운 수준인 장기 기증 문화를 확산시키려면 의료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시민의식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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