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열린 문, 닫힌 소통

입력 2015-07-17 05:00:00

청와대, 권력의 상징이다. 국가정책의 컨트롤타워이자, 지존(至尊)의 거처이기도 하다.

청와대 정문과 바로 옆 연풍문 맞은편에는 연일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경복궁 나들이를 온 국내외 관광객이 뒷문을 나오면 곧바로 청와대 정문과 맞닥뜨린다.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유커들에겐 최고의 인기 코스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댄다. 대통령이 사는 집 바로 앞까지 와서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에 젖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 앞에도 인파가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어린 학생부터 산골 노인까지 삼삼오오 줄지어 선다. 춘추문을 통과해 청와대 안마당까지 관람하기 위해서다. 관람객을 태운 버스는 평일과 휴일 가리지 않고 춘추문 앞을 오간다. 청와대가 국민 앞에 활짝 열려진 모양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와대 관람객이 대통령을 만날 여지는 없다. 국사(國事)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이 이들을 일일이 만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출입기자들은 다를까. 1년여 동안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도 관람객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100명이 넘지만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장관 등을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야 1달에 1번, 적으면 2달에 1번꼴이다. 그나마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대통령 인사말을 녹음하고 기록하는 데 급급하다가 곧바로 퇴장해야 한다.

이 같은 취재 여건은 박근혜정부 들어 정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이전 정부를 경험한 고참 기자들의 전언이다. DJ정부 때까지만 해도 기자들이 하루 2차례씩 수석실을 찾아 주요 현안에 대해 취재할 수 있었다. 노무현'이명박정부 때도 대통령이 가끔 기자들과 주말 등산을 하거나 가족동반 모임을 통해 소통했다. 기자들이 청와대 참모들과 접촉하며 정책과 여론을 논할 여지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최근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 약 10분가량 풀(공동취재) 기자들이 수석이나 장관 등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조차 없애버렸다. 또 청와대 내부 이야기를 언론 등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일부 행정관의 사표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기자들과의 접촉을 반길 리 만무하다.

관람객에게 활짝 열린 것처럼 보이는 청와대가 기자에겐 꽁꽁 닫힌 철옹성으로만 보인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출입기자들이 이 알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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