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입력 2015-07-15 05:00:00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 두 기업은 경상북도 포항시와 구미시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두 기업이 흔들리면 두 도시가 흔들리고, 경상북도가 흔들리며 결국 대한민국이 흔들리게 된다. 두 도시 모두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산업도시이다. 두 도시의 제조업이 갖는 한계가 대한민국 성장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지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하고 있는 당면 최대 현안 과제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25년을 목표로 교통, 에너지, 사회 인프라를 중심으로 장기극동개발 프로그램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신동방정책이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극동지방의 경제활성화를 동북아 국가와의 교역으로 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극동지방이 경제활성화가 되면 바로 모스크바와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전략이 내재된 정책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사할린-블라디보스토크 가스관 완공, 동시베리아 송유관 개통, 제2시베리아 철도인 BAM철도 개통, 나진-하산 철도 연결(2013년), 무비자 러시아 입국 허용(2014년 1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2015년 8월) 등 관련 정책들을 꾸준하게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가 동북아 국가 중 각종 경제협력사업 파트너로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과는 아무르강 등 국경분쟁, 일본과는 사할린 부속도서의 영토분쟁 등이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는 국경 영토 분쟁이 없는데다 우리의 기술력, 근면성, 자본력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도 이와 같은 국제정세에 맞추어 신북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외교부와 코레일이 주관하는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를 넘어 모스크바,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장장 1만4천400㎞에 이르는 20일간의 열차여행을 이달 14일 시작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대한민국이 신성장동력을 생성해낼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다. 마찬가지로 경북과 대구의 유일한 바닷길인 포항의 영일신항만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향후 포항시는 물론 경상북도가 관심을 두어야 할 정책과제이다. 그런 면에서 금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횡단열차가 영일신항만 활성화와 연계된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이번 친선특급이 북한 지역을 통과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이 되든 안 되든 영일신항만을 이용한 해상운송은 철도운송과 비교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가 석탄, 철광석, 니켈 등 광물자원을 시베리아 극동지방으로부터 수입할 경우 인도네시아나 호주로부터, 나아가 브라질로부터 수입하는 경우보다 훨씬 운송기간이 단축된다. 포스텍이 2017년에 완공할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번째로서 러시아의 기초 과학기술 및 특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다. 러시아의 장기극동개발 프로그램에 참가함으로써 영일신항만 배후단지에 각종 제조업 공장들을 입주시킬 수 있다. 석유, 석탄, 가스, 철광석, 전력 사업, 그리고 어업, 임업, 농축산업, 목재가공, 해운, 통신, 건설, 과학기술 등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상당하다.

요즈음 포항은 철강산업의 부진과 포스코 경영에 대한 수사로 경제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 중국 동북아 3성과의 교역은 별도로 추진할 과제이지만 아무쪼록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통하여 영일신항만이 활성화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진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북도에서도 이번 친선특급에 적극 참여하기에 내심 기대를 해본다.

허명환/중앙공무원교육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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