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이희호 여사 방북, 성과 있어야

입력 2015-07-13 05:00:00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졸업,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1967년 전라남도 담양 출생. 동국대 학사·석사·박사 졸업,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광복 70돌 눈앞에 둔 다음 달 초 방북

김정은 제1위원장과 만남에 큰 의미

남북 최고 당국자 의중 서로에게 전달

7년여 꽉 막힌 관계, 개선 마중물 기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8월 5일 평양을 방문한다.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이달 6일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항공 편을 이용한 3박 4일 방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당초 육로 방문을 추진해 왔다. 이 여사의 방북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에 조화를 보낸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추진돼 왔다.

애초 이 여사의 방북은 올봄으로 예상됐었다. '좋은 계절'에 방북하길 바란다는 김 제1위원장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봄 악화한 남북관계가 행보를 늦췄다. 이 여사의 평양행이 주목받는 것은 남북 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가장 어려운 때 이 여사의 방북이 이뤄진다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지만, 의미가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현재까지 7년여 꽉 막힌 남북관계다. 이 여사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이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 여사 방북은 곧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초청한 이 여사가 백화원초대소에 머무르며 어린이집과 묘향산만을 방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두 사람의 만남이 남북 최고 책임자들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상호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이 여사를 통해 김 제1위원장에게 전달되고, 김 제1위원장의 의중이 이 여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여사를 통해 남북 최고 당국자가 광복 70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할 수 있는 공통의 의제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대한 의지가 상호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토요일(11일) 중단 7년을 맞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불씨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박 대통령이 이 여사를 방북 전에 만나야 한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북측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 여사가 박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나 친서를 지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여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기 위한 조치로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박 대통령과의 사전 면담이다.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은 이 여사의 평양행 시점이다. 이 여사의 방북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8'15 광복 70주년을 열흘 앞둔 시점에 이뤄지게 된다. 이 여사는 당초 7월 방북을 희망했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진정될 광복 70주년을 목전에 둔 8월 초에 방북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를 극대화하는 측면이 있다. 광복절 직전에 남북관계 반전의 보따리를 푸는 평양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 남북 당국은 남북관계가 악화할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8일 남측 언론의 보도 태도와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꼬집으면서 이 여사의 방북 무산을 시사하기도 했다. 남측 정부의 대북 정책에 불신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장악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여사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시간은 올해 하반기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기반으로 남북관계가 풀려야 한다. 물리적으로 다음번 평양행이 어려울 수 있는 93세의 이 여사다. 이 여사의 방북이 마중물이 돼 남북관계의 물꼬가 터지길 기대한다.

김용현/동국대 교수·북한학과

최신 기사